유엔 “러, 우크라 인권 침해 심각”…‘대규모 아동 유괴’ 의혹도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개막
몇몇 국가, ‘우크라 아동 유괴’ 조사 촉구

유엔이 27일(현지시각)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시작을 계기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인권 침해를 강력 비판했다.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의 주민들이 구호 시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바흐무트/AFP 연합뉴스

유엔이 27일(현지시각)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시작을 계기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인권 침해를 집중 비판하며 러시아의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 사회의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개막 연설에서 러시아의 ‘무분별한’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이 때문에 그동안 진전시켜온 인권이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공 전쟁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광범한 파괴와 강제 이주가 벌어지고 있다”며 “민간인과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이 끔찍한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인권사무소가 파악한 성폭력 범죄, 주민 실종 사태, 무단 구금과 전쟁포로의 권리 침해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유엔인권헌장을 악용하는 동시에 무시하는 이들이 있는 등 헌장이 너무나 자주 악용되고 있다”며 “지금은 역사의 정당한 편에 서야 할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4월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기에서 이사국들은 그동안 제기된 러시아의 인권 침해에 대한 유엔 차원의 진상 조사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몇몇 국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 수천명을 강제로 러시아로 이주시켰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수많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강제 이주시킴으로써 “민족 말살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어린이들을 제 집에서 강제로 데려가는 것보다 혐오스러운 일이 있겠냐”며 “우리는 모든 어린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이 문제에 대해 유엔 등과 협력해 대응할 계획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주도로 유엔 관련 기관과 협조해 우크라이나 아동 유괴 실태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기에는 지난해 4월 이사국 자격이 정지된 러시아의 세르게이 럅코프 외교차관이 참관인(옵서버) 자격으로 3월 2일 직접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서방 외교관들은 그의 참석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표는 러시아 대표의 회의 참석을 환영하지 않으며 이에 상응해 행동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한편, 이번 회기 중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내 이슬람계 소수민족에 대한 강제 노동 등 인권 탄압 의혹도 논의될 전망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인권 단체들은 중국이 1천만명에 이르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있다며 전임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이 문제에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비판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