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야간열차 충돌로 100명 이상 사상…한국인 피해 확인중

아테네발 여객열차·북부 테살로니키발 화물열차 충돌
최소 36명 사망·85명 다쳐…차량 탈선·화재로 피해 커

1일(현지시각) 밤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전날 자정 가까운 시간에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충돌해 일부 열차가 탈선하거나 불이 붙었다. 라리사/AP 연합뉴스

그리스 중부에서 28일(현지시각) 밤 기차 2대가 충돌해 적어도 36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치는 등 1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일 <에이피>(AP)와 <로이터> 통신 등을 종합하면, 전날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에서 여객 열차와 화물 열차가 충돌해 일부 차량이 탈선하거나 불이 붙었다. 현지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현재까지 36명이 숨지고 8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일부 승객은 강력한 충격 때문에 객차의 차창 밖으로 튕겨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 열차는 아테네에서 출발해 북부 도시 테살로니키를 향하고 있었으며, 승객 350여명과 직원 20여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 열차는 테살로니키에서 라리사로 가고 있었다. 사고 당시 여객 열차는 지하터널을 막 벗어나 고속으로 주행하던 중 마주 오던 화물열차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 대변인은 “두 열차의 충돌이 너무 심각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대피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구급차 수십대가 투입됐으며, 화상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인근 병원에 비상경보를 발령했다고 덧붙였다. 수색·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날 한국 외교부는 현재까지 확인되거나 접수된 우리 국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외교당국은 사고 발생 이후 현지 공관을 통해 한국인 피해자가 있는지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각) 전날 밤 열차 충돌 사고가 발생한 그리스 중부 테살리아주 라리사 인근 템피에서 구조대원들이 잔해더미를 헤치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라리사/AP 연합뉴스

이 열차에는 봄 축제 시즌을 맞아 월요일인 지난 27일도 공휴일로 지정됐던 탓에 황금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대학생 등이 많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데페아>(DPA) 통신은 한 구조대원이 현장의 취재진에게 “대부분 부상자들이 머리를 다치거나 팔·다리 골절 등을 당했다”라며 “불행히도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잔해더미 아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코스타스 아고라스토스 테살리아 주지사는 현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열차 앞부분이 박살 났다”며 “잔해와 차량을 들어 올릴 크레인과 특수 중장비를 들여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방송된 영상에서도 탈선된 열차 칸들은 창문이 깨지는 등 심하게 훼손됐고 두꺼운 연기 기둥이 공중으로 치솟는 모습이 보였다. 사고 현장에 화재로 인한 짙은 연기가 가득 차 있어 구조대원들은 헤드램프를 착용한 채 열차에 갇힌 사람들을 구조했다. 인근 다리 아래로 대피한 한 청년은 이 방송에서 “열차 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경미한 부상을 입거나 다치지 않은 승객들은 130㎞가량 북쪽에 있는 목적지 테살로니키를 향해 버스로 이동했다. 열차 네 번째 차량에 타고 있었다는 한 10대 승객은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현지 기자들에게 사고 당시 급제동이 걸리는 것이 느껴졌고 불꽃이 튀면서 열차가 급정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탄 칸은 탈선하지 않았지만 앞 차량들이 탈선해 부서졌다”며 “첫 칸에서는 불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유리창을 가방으로 깨고 탈출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