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경찰들이 1일(현지시각) 노르웨이 원주민 활동 지역에서 풍력발전 시설 철거를 주장하며 정부 청사 입구 봉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스웨덴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끌어내고 있다. 오슬로/NTB Scanpix AP 연합뉴스
노르웨이의 10대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가 원주민 활동 지역에 설치된 풍력발전 시설 철거를 요구하며 며칠 째 정부 부처 건물 봉쇄에 나섰다. 그로 인해 에너지부 장관이 외국 방문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1일(현지시각) 10대를 주축으로 한 운동가들이 지난달 26일부터 나흘째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여러 정부 청사 입구를 막고 중부 포센반도에 있는 풍력발전 터빈 151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풍력발전 시설이 이 지역에서 몇백년 동안 순록을 키워온 북유럽 원주민인 사미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순록을 키우는 사미족들은 거대한 풍력발전기와 여기서 나는 소리가 순록들을 두려움에 떨게 해 순록 방목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르웨이 대법원도 지난 2021년 10월 사미족의 권리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풍력발전 시설은 아직도 가동 중이다.
시위대는 26일부터 에너지부와 재무부 등 주요 정부 청사를 돌아가며 입구를 봉쇄하는 실력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시위에는 스웨덴의 영향력 있는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까지 합류했다. 활동가 중 한명인 엘라 마리 헤타는 “우리는 부처를 하나씩, 하나씩 봉쇄함으로써 정부를 멈추겠다고 공언했고, 앞으로도 봉쇄를 계속할 것”이라며 “원주민의 권리를 무시하는 식으로 에너지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툰베리도 “원주민의 권리와 인권은 기후 행동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며 누군가를 희생하는 것은 기후 정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시위가 격화하자 테리에 오슬란 석유와 에너지부 장관은 1일로 예정됐던 영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오슬란 장관은 전날 시위대와 만나 정부가 풍력발전 시설에 대한 새로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지만 “충분한 기초 지식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의 이런 모호한 태도는 활동가들을 더욱 격분시켰다. 이들은 장관 면담 뒤 성명을 내어 “오슬란 장관이 찾아와 항상 해오던 대로 공허한 말들을 한 이후 우리의 투쟁 의지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한편, 노르웨이 사미족의 권리 대변 기관인 ‘사미 의회’는 유엔 원주민권리 특별보고관에게 편지를 보내 유엔 차원에서 노르웨이 당국과 접촉할 것을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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