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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최빈국 정상들 “부자나라들, 기후변화 지원 약속 이행하라”

등록 2023-03-06 09:03수정 2023-03-06 09:12

‘유엔 최저개발국 콘퍼런스’ 12년 만에 열려
“약탈당하는 우리는 지원 받을 자격 있어”
선진국 외면 속 개최국 카타르만 지원 발표
카타르 도하에서 5일(현지시각) 개막한 ‘유엔 최저개발국 콘퍼런스’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카타르 도하에서 5일(현지시각) 개막한 ‘유엔 최저개발국 콘퍼런스’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 도하/AFP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 12년 만에 열린 ‘유엔 최저개발국 콘퍼런스’에서 부자나라들이 기후 변화 대응 등을 위해 약속한 지원금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지원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5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개막한 제5차 유엔 최저개발국 콘퍼런스에서 아시아·아프리카 등의 정상들이 부자나라들의 대응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지난 2011년 5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지 12년 만에 대부분의 선진국 지도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열렸다.

최저개발국은 빈곤(2018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1025달러 이하), 영양·건강·교육 취약성에 따른 인적 자원 허약, 경제 취약성 등에 시달리는 나라들을 말한다. 지난해 말 현재 아프리카 33개국, 아시아 9개국, 오세아니아 3개국, 카리브해의 아이티 등 모두 46개국이 최저개발국으로 분류되어 있다. 이들 46개국의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12%인 8억8천만명에 달한다. 최저개발국에는 무역 특혜가 주어지고 낮은 금리로 국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지원을 받는다.

포스탱아르캉주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자국이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서방 세력들의 “약탈” 때문에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가난한 나라들은 개발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 지원의 확실성을 보장받을 자격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제 사회는 최저개발국들의 진정한 구조적 혁신을 위해 했던 약속을 새롭게 다짐해야 한다”며 “우리는 자선을 원하는 게 아니라 국제 사회의 적절한 헌신을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카인데 히칠레마 잠비아 대통령은 금융 지원은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고 네팔의 나라얀 카지 시레스타 부총리는 “최저개발국들은 또 한번의 잃어버린 10년을 견뎌낼 여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시레스타 부총리는 지금까지 최저개발국 지위를 벗어난 나라가 단 6개국에 불과한 점도 지적했다. 유엔이 1971년 최저개발국 개념을 공식화한 이후 지금까지 최저개발국을 벗어난 나라는 보츠와나(1994년), 카보베르데(2007년), 몰디브(2011년), 사모아(2014년), 적도기니(2017년), 바누아투(2020년)뿐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국제 금융계가 가난한 나라들에게 부과하고 있는 높은 금리를 “약탈적인 것”이라고 비판하고 가난한 나라들을 지원하지 않을 핑계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콘퍼런스 개막에 앞서 4일 참가국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난한 나라들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위해 5천억달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회 첫날 토론에서 참가자들은 선진국들이 가난한 나라들의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매년 1천억달러씩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것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부자나라들은 가난한 나라들의 지원 촉구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 <아에프페>는 대회 개최국인 카타르가 유엔에 6천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것 외에 부자나라들의 주요 지원 발표는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행사는 9일까지 이어지며, 빈곤 퇴치 등 유엔이 2030년까지 실현할 목표로 제시한 ‘지속가능 개발 목표’ 달성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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