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다코타주 뉴타운 인근의 원주민 보호지역에 있는 유전에서 석유 시추 과정에서 발생한 천연가스를 태워 버리고 있다. 뉴타운/AP 연합뉴스
전세계 1천여곳의 에너지 생산, 쓰레기 처리 시설에서 탄소보다 지구 온난화 영향이 수십배 큰 메탄을 지난해 대규모로 유출했으며, 자동차 6700만대 배출량에 버금가는 메탄이 한꺼번에 유출된 적도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대규모 메탄 배출 위험이 있는 ‘메탄 폭탄’도 세계에 55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너지 분석 기업 카이로스가 위성 자료 분석을 통해 지난해 메탄 배출량이 특히 컸던 1005건의 배출 사례를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559건은 유전과 가스전에서 배출한 것이었고, 105건은 탄광, 나머지는 쓰레기 처리 시설에서 배출된 것이었다.
나라별로는 투르크메니스탄이 18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업체의 기후 해법 책임자 크리스티앙 르롱은 “그들은 미친 듯이 메탄을 내뿜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 나라의 화석 연료 생산 실태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옛 소련 시절에 건설한 낡은 시설에서 메탄이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미국과 인도(각각 155건), 러시아(120건), 파키스탄(108건)도 대규모 메탄 배출 사건이 많았다. 투르크메니스탄, 미국, 러시아의 경우 석유·가스·석탄 시설이 메탄 배출의 주범이었던 반면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쓰레기 처리 시설에서 메탄이 많이 배출됐다.
메탄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사례는 지난해 8월 투르크메니스탄의 카스피해 인근 송유관에서 1시간 동안 427t이 배출된 것이었다. 이는 자동차 6700만대의 배출량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미국의 경우,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 인근에서 지난해 3월 1시간 동안 147t이 배출된 것이 최대였다. 더욱 문제는 에너지 생산 시설 등의 대규모 메탄 배출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메탄 대규모 배출을 추적해온 카이로스의 르롱 책임자는 “연간 배출량 변화가 거의 0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영국 리즈대학 소속 지리학 연구자 셸 퀴네는 화석연료 생산에 들어갈 경우 탄소 10억t에 해당하는 메탄 배출이 예상되는 화석연료 개발 예정지 55곳을 확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런 곳들은 러시아, 미국, 카타르 등 3국에 집중되어 있었다. 퀴네 연구자는 이들 55곳을 포함해 대규모 화석연료 매장지 112곳을 완전히 개발할 경우, 탄소 4630억t에 해당하는 메탄이 배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세계가 10년 동안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한 탄소 총량을 넘는 수준이다. 퀴네는 “이런 대규모 화석연료 개발 사업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메탄은 탄소에 이은 2번째 온난화 유발 물질로 꼽힌다. 세계 각국은 지난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30% 줄이기로 했으나, 아직 뚜렷한 감축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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