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8일 이란 테헤란에서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란 정부가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독가스 테러 범죄 용의자 여러 명을 체포했다며, 이들이 외국 반체제 언론과 연관이 있다고 발표했다.
7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마지드 아흐마디 이란 내무부 차관이 이란 국영 방송에서 “정보 기관이 5개 주에서 사건과 관련된 다수를 체포했다. 관련 기관이 충분히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내무부는 별다른 설명없이 “체포된 4명의 한 팀에서 3명이 최근 폭동(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전력이 있으며, 외국의 반체제 언론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내무부는 체포된 이들이 자신의 자녀를 통해 자극원(독가스)을 학교 내부로 반입했으며, 이후 혼란 상황이 담긴 영상을 정부가 문제삼는 언론에서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내무부는 체포한 이들의 자세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하루 전 6일 이란 의회의 한 조사위원은 이번 사건으로 5천명의 학생이 피해를 입었고 이란 총 31개 주 가운데 25개 주의 230개 학교에서 범죄가 발생했다고 밝혔다고 <이스나> 통신은 전했다. 이란의 의료 단체들은 정부가 학생들을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란 교육부 앞에서는 교사 노조와 학부모들의 시위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다.
영국 <스카이 뉴스>가 보도한 이란 학교 현장 영상을 보면, 한 여학교의 다수 학생들이 손으로 호흡기를 가리고 건물에서 우르르 나오다 교문 앞에 주저앉아 구토를 하거나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된다. 병상에 누운 학생들은 기자에게 어지러움증과 팔다리의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란 보건부는 독극물로 의심되는 과학위원회의 조사 후 첫 보고서를 발표하고 “학생들 중 일부는 주로 흡입되는 자극성 물질에 노출됐다”며 치명적이지 않다고 발표했다. 조사 이후 유세프 누리 교육부 장관은 병원에 간 학생들의 95%는 의학적 문제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테러 피해를 호소한 이들의 일부는 지병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부모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공식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에만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하며 “우리의 적이 공모해 학생들의 공부를 막았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한편으로는 독가스 테러에 대한 정부 대응 비판을 단속하고 있다. 6일 이란 정부는 정부의 테러 대응을 비판한 학자와 기자 등 6명을 조사하기 위해 소환했다. 독가스 테러 사건을 정기적으로 보도해온 ‘쿰 뉴스’의 진행자 알리 포트바타바이가 체포됐으며 개혁주의 성향의 신문 기자 등이 포함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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