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7일(현지시각)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타이페이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타이페이/로이터 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달 말 미국을 방문한다. 중앙아메리카를 오고 가는 길에 방문하는 형식이지만, 중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1일(현지시각)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이달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한다고 총통부가 공식 발표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에서 과테말라로 가는 길에 뉴욕, 벨리즈에서 대만으로 돌아오는 길에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한다.
차이 총통이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는 것은 앞서 이달 초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당시 매체는 차이 총통이 캘리포니아에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만 언론에선 차이 총통이 뉴욕주에 있는 모교 코넬대 방문을 검토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대만 총통부는 이번 차이 총통의 중미 순방을 공식화하면서도 매카시 하원의장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구체적 발표를 하지 않았다.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중국의 항의는 물론이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감 고조 역시 불가피하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직접 방문하면서 중국은 합동 군사훈련과 “중대한 정치적 도발”이라는 비판으로 응수했다. 이미 이달 초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 보도가 나왔을 때도 중국은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미 정부에 해명을 요청했었다.
대만 총통부의 공식 발표 직전 미국 행정부 관리는 차이 총통의 경유는 일반적인 관행이며 중국이 이를 대만에 대한 공격적 행동의 핑계로 삼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9년에 경유 방식으로 미국을 여섯 차례 방문했었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국 쪽 반응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후 발생했던 중국의 강경 대응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차이 총통이 미국을 방문하는 동안 친중 성향의 마잉주 전 총통은 중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안 관계와 미·중 관계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 등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중국 난징·우한·창사·충칭·상하이를 방문할 예정이다. 1949년 이래로 대만의 전·현직 총통 가운데 중국을 방문한 이는 없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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