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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시진핑·푸틴, ‘반미-경제’만 손잡고 우크라전은 ‘제자리’

등록 2023-03-22 16:18수정 2023-03-23 07:18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신화 연합뉴스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모스크바/신화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려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적 노력이 21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한 매듭을 지었다. 두 정상은 이 전쟁의 해결법과 관련해 공동성명을 내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현재의 교착 상황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전날 오후 모스크바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에서 공식 정상회담 뒤 서명한 3건의 공동성명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두 나라가 2019년 합의한 ‘신시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2030년까지 중-러 경제 협력의 주요 방향 발전 계획을 구체화하자는 두 성명은 예고된 것이었다. 새로 등장한 것은 ‘평화적 대화를 통한 우크라이나 위기의 해결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이란 이름이 붙은 세번째 문서였다.

중국은 시 주석의 이번 모스크바 방문을 “평화의 여정”으로 규정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중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중국 외교부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는 12개 항의 제안을 낸 데 이어, 시 주석이 직접 푸틴 대통령과 회담에 나서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듯 20일 저녁 시 주석과의 첫날 만남에서 “첨예한 우크라이나 위기를 풀기 위한 당신들의 제안을 진지하게 살펴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태도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제출한 평화 계획이 평화적 해결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도 “아직 그들(서방·우크라이나)이 그런 준비가 된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은 우크라이나 등과 평화협상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상대에게 아직 그런 마음이 없다는 의미였다. 푸틴 대통령은 공동성명에도 “가능한 한 빨리 평화회담을 재개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는 정도의 언급에 머물렀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뒤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동남부 4개 주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전쟁을 마무리 짓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완전한 회복’을 외치며 저항하는 중이다.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애매하다. 즉각적인 전쟁 중단과 평화협상 시작을 요구하면서도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에 대한 언급은 피한다. 그러면서도 각국의 주권·독립·영토의 완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은 빠짐없이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낸 별도의 공동성명에선 미국·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오커스(AUKUS) 등 자신을 옥죄어 오는 서방에 대한 불만을 구체적으로 쏟아냈다. 두 나라는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나토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있고, “미국은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해 지역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계의 다극화, 경제 글로벌화,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촉진”하고, “패권주의, 일방주의, 보호주의가 국제법의 원칙과 규범을 대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의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깨뜨리고, 중·러가 세계 질서 형성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다극 체제’를 이루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중재 노력이 ‘러시아에 편향적이었다’며 다시 한번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식을 암시하는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며 “중국이 이 전쟁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원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권 영토에서 철군하도록 러시아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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