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바흐무트 전선에서 1일 부상당한 우크라이나 병사를 의무병들이 후송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9개월째 격전이 벌어지는 동부 도시 바흐무트를 “법적인 의미에서” 점령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흐무트 점령 공세를 주도하는 러시아 용병집단 바그너(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일 밤늦게 바그너 용병들이 바흐무트의 시 청사를 점령해 러시아 국기를 게양했다며 “법적인 의미”에서 이 도시를 점령했다고 주장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리고진은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서 “시청과 도시 중심 전체를 장악한 부대의 지휘관들이 국기를 게양했다”며 동영상도 올렸다. 그는 “바흐무트를 점령한 이들은 바그너 부대”라며 “법적인 의미에서 (바흐무트는) 우리의 것이다”고 선언했다. 그는 “적들은 도시의 서부 지역 쪽으로 집중해 있다”고 덧붙였다.
3일에도 프리고진은 “4월2일 정확히 23시에 아르티오모프스키(바흐무트의 러시아어 지명) 시청사가 내 뒤로 있는데, 러시아 국기가 블라들렌 타타르스키를 위해 게양됐다”며 “엄밀히 따지면 우리는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도 보도했다. 블라들렌 타나트스키는 전날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페에서 폭탄 테러로 숨진 친정부 성향 러시아 군사 블로거이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여전히 바흐무트를 방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고진이 바흐무트 점령 주장을 하기 몇 시간 전에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적은 바흐무트 공격을 멈추지 않았으나, 우크라이나 방어군들은 수많은 적의 공격을 격퇴하며 용감하게 이 도시를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아우디우카, 마린카, 특히 바흐무트에서 싸우는 우리 병사들에게 감사한다”며 “그곳(바흐무트)이 특히 뜨겁다”고 말했다.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 차관은 “바흐무트 상황이 여전히 격렬하다”며 “그러나 모든 군사적 결정과 조처들은 신중하게 고려되고 있고, 우리는 모든 상황과 과제, 군사적 타당성 원칙들을 감안해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부터 바그너그룹의 주도로 바흐무트 점령 공세를 펼쳐왔고, 우크라이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서방 쪽에서는 바흐무트가 전략적 가치가 없다며 우크라이나에 포기를 권고하기도 했으나, 젤레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지난 3월 전력을 보강해 방어전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쪽은 바흐무트의 70% 이상을 점령하고는 현재 도심에서 우크라이나와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은 바흐무트 전선에서 상대방의 전력을 소모시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흐무트 전투의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동부 전선 전황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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