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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밖으로 못 나가”…러, 고위 관리·기업 경영진 등 여권 압수

등록 2023-04-04 11:20수정 2023-04-04 11:30

연방보안국, 고위층 국외 여행 통제 강화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고위 관리와 국영기업 경영진의 여권을 압수하는 등 국외 여행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자칩이 내장된 러시아 여권. 노보시비르스크/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고위 관리와 국영기업 경영진의 여권을 압수하는 등 국외 여행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자칩이 내장된 러시아 여권. 노보시비르스크/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고위 관리나 국영기업 간부들의 여권을 압수하는 등 지도층의 국외 여행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고위층의 국외 여행 통제를 강화하면서 일부 부처나 기관의 경우 중간 간부급에 대해서도 국외 여행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한 정부투자 기업의 경영진들의 경우 수도 모스크바에서 자동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지역을 허가 없이 여행하는 것조차 금지됐다고 말했다.

연방보안국은 현직 정부 관리나 주요 기업 간부들에 대한 통제에 그치지 않고 전직 관리들에게도 과거 국가 기밀을 다뤘다는 이유로 여권 반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을 전한 소식통은 기밀을 다룬 적이 없는 전직 관리조차 여권을 압수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전 러시아 중앙은행 직원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나아가 여권 통제가 기밀 사용 허가 대상이 아닌 이들에게까지 확대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보안요원이 특정 인물에게 찾아와 ‘당신이 조국에 관한 민감한 정보에 접근했기 때문에 이동을 통제하겠다’며 여권을 요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프로코펜코는 연방보안국이 국가 기밀이나 간첩 활동, 반역 등과 관련된 법 규정을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자의적인 통제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어떤 정보도 기밀로 간주될 수 있고, 무엇이 민감한 정보이고 누가 그 기준을 정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신문에 ‘민감한’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국외 여행 통제가 강화된 것을 인정했다.

옛 소련 시절부터 중급 이상 국가 기밀을 다루는 정부 관리와 기업체 간부들은 기관 내 특수 부서가 관리하는 금고에 자신들의 여권을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는 연방보안국이 이 규정 준수를 강요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보 기관이 국가 지도층의 국외 여행을 통제하는 것은 우크라니아 침공 전쟁이 길어지면서 반전 성향 인사들의 국외 이탈과 그에 따른 기밀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또, 전쟁 와중에도 호화스러운 외국 여행을 즐기는 일부 지도층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번지는 것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특히 최근 러시아-아제르바이잔계 기업가 파르하드 아흐메도프와 러시아의 유명 음악 프로듀서 이오시프 프리고진이 러시아의 국제 고립과 연방보안국의 통제에 불만을 털어놓은 전화 통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사회 지도층에 대한 불만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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