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개편안 입법 연기가 발표된 이후에도 이스라엘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시위에 모인 시민들. 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자신이 추진하는 사법 개편안을 공개 비판한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돌연 연기했다. 사법 개편안 입법을 연기한다고 밝힌 지 일주일만이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3일(현지시각) “현재 진행 중인 안보 상황을 고려해 네타냐후 총리는 국방부 장관에 대한 결정을 추후에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달 26일 해임하겠다고 밝힌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과 나란히 군부대를 방문하는 모습도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 이날 저녁 두 인사는 5일부터 일주일간 이어지는 유대교 명절 유월절을 기념해 두 곳의 군사 기지를 방문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여러 분석을 내놓았다. 최근 이란제로 확인된 무인기가 시리아 쪽에서 날아와 이스라엘 국경을 침범한 사건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안보 상황이 다급한 상태고, 올해 들어 이스라엘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과의 긴장이 부쩍 고조된 시점인 것을 고려해 네타냐후 총리가 국방부 장관을 갑자기 경질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총리와 장관이 함께 속한 집권 리쿠드당 내에서는 둘 사이 긴장도를 낮추려는 노력이 있었다고 정치인 소식통 한 명이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갈란트 장관은 티브이(TV) 방송 생중계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사법 개편을 비판했다. 그는 “사법 개편으로 인해 사회 분열이 군 내부까지 퍼졌다“며 “주요 변화는 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하고 입법 절차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불과 하루 만인 26일 그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총리실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장관의 경질 소식 이후 사법 개편에 대한 국민 저항은 더욱 심화했다. 경질 직후 80만명이 소속된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결의해 항공·교통·의료·운송·교육 등 사회 필수 서비스가 중단됐다. 결국 27일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 개편안의 입법을 연기하며 급한 불을 껐다. 총리는 갈란트 장관의 해임을 공식화하는 서한도 작성하지 않았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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