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히잡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한쪽 눈을 잃은 가잘 란즈케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인스타그램 갈무리.
“저들은 내 눈을 겨냥했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
‘히잡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총탄에 한쪽 눈을 잃은 이란 청년들의 마음은 꺾이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대와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5일(현지시각)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정부 보안군의 총에 한쪽 눈을 잃은 청년들이 인스타그램 등에서 저항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
박사과정생인 엘라헤 타보골리안은 지난해 9월 이란 마슈하드 인근 북동부 도시에서 이뤄진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정부군의 총을 맞아 오른쪽 눈을 잃었다. 타보골리안은 머리에도 총알이 박혀 제거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저들은 내 눈을 겨냥했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또 “내 마음속엔 여전히 빛이 있고 언젠간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이 날 여전히 미소 짓게 한다. 하지만 그들의 심장과 지도층의 심장은 매일 어두워지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수술로 꺼낸 총알을 “국제 법정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 ‘히잡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한쪽 눈을 잃은 엘라헤 타보골리안 인스타그램 갈무리.
대학생 가잘 란즈케시도 지난해 11월 이란 남부 반다르 아바스에서 진행된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다 오른쪽 눈에 총을 맞았다. 그는 당시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보이는 모습 등을 에스엔에스에 올렸다. 해당 게시물이 화제가 되면서 정부군이 이란 청년들을 어떻게 몰아세우는지 전세계로 알려졌다. 당시 그가 올린 “눈의 소리는 어떤 외침보다 강하다”는 문구는 시위의 슬로건으로 쓰이기도 했다. 현재 해당 게시물은 의료진 개인 정보가 특정될 우려로 지워진 상태다. 그는 최근 게시물에 “우리는 아직 승리하지 않았으나 승리의 날은 다가오고 있다”며 “나는 한쪽 눈으로 자유를 목격할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란 양궁 국가대표팀 소속인 코사르 코슈누디키아 또한 지난해 12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왼쪽 눈을 실명하기도 했다. 그 또한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나 자신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시위에 참여한 청년들은 정부가 고의로 이들의 얼굴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 시위 진압대를 이끄는 하산 카라미 준장은 최근 “의도적으로 시위대의 얼굴을 겨냥했다는 비난은 (정치적) 선전”이라고 현지 언론에 반박하기도 했다.
<비비시>는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로 실명 등 부상 당한 이들의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에서 11월 사이 이들과 유사한 부상을 입은 채 치료를 요청한 이들이 500명이 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