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6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그리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특정 국가를 산업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디커플링’(분리)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7일 중국 외교부가 낸 자료를 보면,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과 6일 정상회담을 한 뒤 참석한 ‘중국-프랑스 기업위원회 5차 회의’ 폐막식에서 “제로섬 게임에는 승자가 없다. 디커플링과 망 단절은 중국의 발전 과정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유럽과 거시정책 조율을 강화하고 경제·무역 및 과학기술 교류의 정치화 및 무기화에 반대한다”며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을 공동으로 지켜 협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마크롱 대통령도 “디커플링과 망 단절에 반대하고 좀 더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공급망을 만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발표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중국과 상호 존중하고 진지하게 대화하고, 차이를 포용하며 개방 및 혁신을 장려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2박3일 일정으로 지난 5일 베이징에 도착한 뒤 중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들과 만나 “우리는 중국과 분리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는 중국과 상업적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과 별도로 2박3일 일정으로 지난 5일부터 중국을 찾은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6일 마크롱 대통령, 시 주석과 베이징에서 3자 회의를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 자리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유럽연합의 이익도, 전략적 선택지도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싱크탱크 콘퍼런스에서도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실행 가능하지도 않고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아니라 위험 경감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 등과 함께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디커플링 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유럽에도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독일과 함께 유럽연합을 이끄는 프랑스가 미국의 전략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한 것이어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엿보인다.
한편, 시 주석은 마크롱 대통령,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의 3자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때가 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이 회의에 배석한 프랑스 외교 소식통이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번 방중 때 시 주석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 확대를 주요하게 요청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