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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시아, 우크라 어린이를 동물 취급”…억류당한 31명 귀환

등록 2023-04-09 10:39수정 2023-04-09 16:48

크림반도 등의 여름 캠프 참석했다가 억류
적십자, 추가 귀환 위해 러시아 당국과 접촉
러시아의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가 억류됐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을 통해 귀환해 엄마와 포옹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가 억류됐던 우크라이나 어린이가 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을 통해 귀환해 엄마와 포옹하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억류하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 가운데 31명이 어렵사리 귀환해 가족들과 재회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귀환을 위해 러시아 당국과 접촉에 나섰다.

지난해 여름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 등의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가 억류됐던 어린이 31명이 7일(현지시각) 폴란드·벨라루스 등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8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벨라루스 국경에선 부모들이 국경을 넘어오는 자녀들과 포옹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에 살던 13살 소녀 다샤 라크는 지난해 여름 쌍둥이 자매와 함께 크림반도에서 열리는 여름 캠프에 참가했다가 발이 묶였다. 라크는 애초 몇주 동안 캠프에 참가할 생각이었으나 러시아는 이들의 귀가를 막았다. 이 소녀는 러시아가 “우리를 입양하고 보호자도 마련해줄 것이라고 했다”며 “우리가 더 오래 (여기) 머물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모두 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어머니인 나탈리아는 딸들을 찾기 위해 폴란드·벨라루스와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크림반도까지 헤맸다. 그녀는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서서 자기도 하면서 (크림반도까지) 갔다”며 “울타리 뒤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봤을 때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구조를 도운 인도주의 단체 ‘세이브 우크라이나’의 설립자 미콜라 쿨레바는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연 브리핑에서 “5번째인 이번 구조 임무로 돌아온 어린인 31명은 헤르손주와 하르키우주에서 여름 캠프에 참석하려고 떠났던 아이들”이라며 “아이들은 5달 동안 숙소를 5번이나 옮겨 다녔으며, 일부 아이들은 쥐와 바퀴벌레가 들끓는 숙소에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브리핑에는 지난달 먼저 우크라이나로 귀환한 어린이 3명도 참석했다. 이들은 여름 캠프로 아이들을 보내라는 러시아 당국의 압력 때문에 부모와 헤어졌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여름 캠프에 4~6개월 동안 머물면서 계속 거처를 옮겨 다녔다고 전했다.

이 중 한 명인 비탈리는 “그들은 우리를 동물처럼 다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 ‘지역인권센터’의 카테리나 라셰우스카 변호사는 러시아 관리들이 어린이들의 복귀를 일부러 막았다는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모든 사연에서 각종 국제법 위반이 드러나고 있다. 이를 처벌하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귀환은 러시아 당국이 어린이들을 돌려보내기 위해 국제 기구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어린이 권리 담당 대통령 전권대표는 지난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브리핑에서 현재 보호자 없이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758명을 돌려보내기 위해 적십자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위원회도 리보바벨로바 전권대표와 접촉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8일 전했다. 제이슨 스트라지우소 국제적십자위원회 대변인은 “헤어진 가족들이 서로 연락을 하고, 가능한 경우는 가족 재결합을 돕기 위한 임무를 위해” 리보바벨로바 전권대표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도 러시아 당국에 가족 재결합 관련 제안을 보낸 상태이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어린이 400명이 러시아 내 고아원에 있고, 358명은 일반 가정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강제 이주시킨 어린이가 1만9500명 이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편,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지난달 17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어린이 불법 이주 혐의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리보바벨로바 전권대표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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