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해안 경비대가 10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인근에서 바다를 떠도는 난민선을 구조하고 있다. 칼라브리아/이탈리아 해안 경비대 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11일(현지시각) 지중해를 통한 난민 유입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난민에 적대적인 이탈리아 우파 정부의 난민 추방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각 회의에서 넬로 무수메치 ‘시민보호 및 해양부’ 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여 앞으로 6개월 동안 비상사태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우선 500만유로(약 72억2천만원)의 재정을 투입해, 난민 문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무수메치 장관은 “분명히 할 것은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해법은 유럽연합(EU)의 책임감 있는 개입에 달려 있다”고 말해, 유럽연합을 압박했다. 그는 “이주민 문제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에게 지속될 운명”이라며 이에 따라 국가의 기반 시설에 대한 압박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정부 당국자는 비상 사태 선포에 따라 체류 허가를 받지 못한 이주민을 더욱 빨리 본국으로 송환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탈리아가 비상사태까지 선언한 것은, 지난해 10월 집권한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난민 유입을 적극 차단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유입 규모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탓이다. 이탈리아 내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유입된 이주민은 3만13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00명의 4배에 달했다. <안사> 통신은 지난 사흘 동안에만 3천명이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등 최근 몇주 동안 난민 유입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일에는 해안 경비대가 두 척의 구조선을 동원해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해안 등에서 모두 1200명을 구조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올해 1~3월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중 약 58%는 튀니지에서 들어온 이들이고 38%는 리비아에서 도착했다. 지난해는 리비아에서 유입된 이들이 51%였고, 튀니지에서 들어온 이들은 31%였다. 이 기구의 공공 정보 책임자 페데리코 포시는 난민이 튀니지에서 급격하게 유입되는 것은 이 나라의 정치·경제 상황 변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튀니지의 경제 위기와 사하라 이남에서 들어오는 난민에 대한 정부의 단속 강화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은 지난 2월 사하라 이남 국가들이 튀니지의 이슬람교 정체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튀니지의 인구 구성을 바꾸는 범죄적 계획”을 꾀하고 있다고 공격한 바 있다.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이 급격하게 는 것은 날씨 영향도 크다고 <유로뉴스>가 지적했다. 올해초부터 지중해의 기온이 예상보다 더 높고 바람도 잔잔해서 지중해의 북아프리카쪽 해안에서 이탈리아쪽으로 배를 타고 들어오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의 지중해 난민 추적 자료를 보면, 올해 바다를 통해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5개국으로 들어오려다가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은 522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사망·실종자 1953명의 27%에 이르는 규모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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