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알메트예브스크 한 마을에 위치한 러시아 에너지기업 타트네프트의 유전 모습.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가 올해 처음 이란에 철도를 통해 휘발유를 수출하는 등 두 나라가 서방의 경제 제재를 피해 경제적인 협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11일 <로이터> 통신은 석유 수출 산업에 정통한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처럼 보도했다. 올해 2~3월 러시아는 3만톤에 달하는 휘발유와 경유를 이란에 수출했다고 소식통들은 통신에 전했다. 지난해 가을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는 이란과 석유 제품의 거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실제 제품 운송이 시작된 것은 올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 제품은 모두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통해 이란까지 철도로 운송됐다. 휘발유를 실은 일부 화물은 이웃 국가 이라크 등으로 트럭을 통해 운송되기도 했다.
이란은 자체 정유 시설이 있는 산유국이지만 최근에는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 자국의 생산량을 능가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는 이란에 카스피해를 통해 유조선으로 적은 양의 석유를 공급했지만, 최근 러시아의 석유 회사들은 철도를 통해 이란으로 정유를 수출하는 것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높은 운임을 피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올해 주요 7개국(G7)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에 이어 정유에도 가격 상한을 씌우며 제재를 가하자, 러시아와 이란은 서방 제재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산 석유 제품을 싣은 유조선들은 익숙하지 않은 목적지와 운송법을 택해 더 긴 항로를 찾아 수출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란 역시 수년간 서방 제재의 영향으로 국제 시장에서 접근이 제한되자 저렴한 가격의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손을 뻗고 있다. 통신은 “서방 제재가 세계 에너지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송량이 크게 늘기는 힘들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우리는 이란으로의 석유 공급을 늘리기를 오랜 기간 바라왔다. 하지만 철도의 혼잡으로 인해 몇 가지 물류에 문제가 있는데, 그것이 수출 호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방 제재로 항공기의 유지 보수마저 어려워진 러시아의 국영 항공사가 수리를 위해 항공기를 이란 항공사에 보냈다. 러시아 최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착륙 장치의 유지 보수를 위해 에어버스 에이(A)330 여객기 한 대를 이란 항공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 전쟁 뒤 러시아에 항공기 예비 부품 수출과 유지보수 서비스 등의 공급을 제한하고 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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