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 AP
북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서 군부 세력 사이 무력 충돌이 이틀 동안 이어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수단 군부가 폭력 사태를 즉시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내전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6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수단에서 15일 발생한 교전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수단의사협회가 밝힌 수치를 인용해 이틀 동안 최소 56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595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이번 교전은 15일 새벽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충돌하며 시작했다. 정부군 지도자 압델 파타흐 부르한 장군과 신속지원군의 사령관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는 최근 수단에서 일어난 두차례의 쿠데타를 주도했던 동지였지만, 수단의 통치 향방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2019년 수단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은 30여년 동안 수단을 통치했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몰아냈다. 2년 뒤인 2021년에는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던 과도정부도 무너뜨렸다. 그러면서 부르한 장군은 수단 군부의 1인자로, 다갈로 사령관은 2인자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이들은 10만명 규모의 신속지원군을 정부군에 통합하는 문제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 신속지원군을 흡수한 새 군대의 지휘권을 누가 가져갈지를 두고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다가, 결국 정면으로 충돌해 수십명이 죽고 수백명이 다치는 유혈 사태로 번진 것이다.
주말 동안 수단에서는 수도 하르툼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총성이 들리고 장갑차와 기관총, 탱크 등이 동원되며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은 교전의 책임을 서로에 돌리며 주요 시설을 누가 통제하고 있는지에 대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부르한 장군은 <알자지라>와 한 인터뷰에서 “신속지원군 부대가 먼저 하르툼 남쪽의 군대를 ‘가혹하게’ 만들어 충돌을 촉발시켰다”며 “육군 본부에 있는 내 거주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 사령부와 대통령 궁전을 포함한 모든 시설이 신속지원군의 통제하에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속지원군의 수장인 다갈로 사령관은 “부르한 장군이 신속지원군을 포위하면서 싸움을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부르한이 이 싸움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수단이 전제조건 없이 적대행위를 즉시 끝내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데에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 압둘라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외무장관도 동의했다”며 “이번 무력충돌은 민간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수단의 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부르한 장군과 다갈로 사령관이 긴장을 완화하고 모든 민간인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평화를 회복하고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캐머런 허드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신속하게 전투를 끝내고 협상을 재개하지 못하면 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허드슨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소말리아에서 이슬람 반군과 싸우고 있는 지역, 에티오피아에서 최근 평화협정을 체결한 지역들까지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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