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이후 처음으로 시리아를 방문하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18일 다마스쿠스 공항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다마스쿠스/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이 시리아를 방문해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을 만났다. 이란과 국교 정상화 합의 이후 중동에서 사우디의 ‘전방위 외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사우디 외교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는 18일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도착해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과 만났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파르한 장관의 시리아 방문은 1주일 전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교장관의 사우디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파르한 장관의 이번 방문은 시리아 내전이 발발한 2011년 이후 사우디 고위 당국자가 처음 이 나라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이 방문은 시리아 분쟁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우디 왕국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리아의 아랍 정체성을 보존하고 시리아를 아랍의 주변으로 귀환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사우디는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아사드 정권을 타도하려는 수니파 반군들을 지원하고 아사드 정부를 아랍연맹(AL)에서 축출했다. 두 나라의 관계는 시리아가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연대에 가담한 뒤 악화돼 왔다. 시리아를 통치하는 아사드 가문은 시아파에서 갈라져 나온 알라위파에 속해 있다.
사우디는 3월 초 중국의 주재로 이란과 국교정상화를 합의했다. 두 나라 정상이 상대국 정상을 각각 수도로 초청했고, 국교 재개 협상에도 속도를 내는 중이다 상태다. 사우디는 이란에 이어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등을 주선하는 등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의 적극적인 접근으로 내전 이후 잔뜩 움추려 들었던 아사드 정권도 고립을 타개하고 국제사회에 복귀할 길이 열리게 됐다.
사우디 등 9개 아랍 국가의 외교관들은 이에 앞서 지난주 제다에서 만나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등을 논의했다. 사우디 외교부의 성명에 따르면, 이 회의에 참석한 외교관들은 “위기를 종식하는 데 있어 아랍 지도부의 역할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몇몇 국가들은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 대해 아직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이란의 지원을 받아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해 반군들로부터 대부분의 영토를 회복한 상태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은 지난 2018년에 시리아와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아사드 정권의 국제무대 복귀에 시동을 걸어줬다. 이런 흐름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지난 2월 초 터키와 시리아 접경지대에서 발생한 대지진이었다. 시리아에 인도적 지원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아랍 국가들과 대화가 시작됐다. 지진 이후 아사드 대통령은 오만과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