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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클레오파트라가 흑인?…넷플릭스 드라마 논란

등록 2023-04-20 08:37수정 2023-04-20 16:11

<아프리칸 퀸> 클레오파트라 역에 영국 혼혈배우
‘이집트 정체성 훼손’ 반발…주연 배우 “싫으면 보지 마라”
넷플릭스가 제작한 다큐드라마 ‘아프리카의 여왕들’에서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로 분한 영국 배우 아델 제임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가 제작한 다큐드라마 ‘아프리카의 여왕들’에서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로 분한 영국 배우 아델 제임스. 넷플릭스 제공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흑인으로 묘사한 넷플릭스의 드라마가 이집트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왕 클레오파트라 7세(기원전 69~기원전 30년)를 흑인으로 묘사한 넷플릭스의 다큐드라마 <아프리칸 퀸>의 예고편이 지난주 공개되자 이집트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이 시리즈의 1부에선 앙골라의 전사이자 여왕이었던 은징가를 다루고,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는 2부로 5월 방영될 예정이다. 제작사는 주인공 클레오파트라 역에 영국의 흑백 혼혈배우 아델 제임스를 기용했다.

그러자 이집트에서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 16일 마무드 알-세마리 변호사가 이 시리즈를 이집트에서 상영 금지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이 드라마가 이집트의 언론법을 위반하는 내용과 시각적 물질을 담고 있고, 넷플릭스가 “이집트 정체성을 왜곡하고 지우려는 목적의 구호와 저작들을 담은 아프리카 중심 사고를 퍼뜨리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집트 유물관리 장관을 지낸 저명한 이집트학 학자인 자히 하와스도 현지 언론에 흑인으로 묘사된 클레오파트라 드라마는 “완전히 허구”라며 “클레오파트라는 그리스 사람이다. 그가 흑인이 아니라 밝은 피부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이집트에서 흑인으로 알려진 유일한 통치자들은 제25 왕조인 쿠시 왕조의 왕들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넷플릭스는 이집트 문명의 기원이 흑인이라는 잘못되고 기만적인 사실들을 퍼뜨려서 혼란을 자아내려고 한다”며 이집트 국민이 넷플릭스를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원전 69년에 태어난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 그리스계 왕조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다. 당시 로마 제국의 실력자인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와 제휴해 왕조를 지키고, 로마의 첫 황제가 되는 옥타비아누스에 대항했다. 클레오파트라가 숨진 뒤 이집트는 로마의 지배 아래 들어갔다. 클레오파트라의 어머니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역사가들은 클레오파트라의 어머니나 모계 쪽 조상이 이집트 원주민이거나 아시아의 다른 지역 출신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논란이 일자 클레오파트라 역을 맡은 배우 제임스는 트위터에서 “배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쇼를 보지 않으면 된다”며 인종차별적인 댓글들이 담긴 예고편 화면을 보여줬다.

배우 출신으로 이 드라마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제작자 제이다 핑킷 스미스는 “우리는 흑인 여왕들에 대해 자주 보거나 듣지 못했다”며 “나뿐만 아니라 내 딸들 나의 공동체들이 수많은 흑인 여왕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3년 전엔 영화 <클레오파트라> 제작 때 이스라엘 여배우 갈 가도트을 주연으로 기용하려다 큰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랍이나 아프리카 출신 배우가 역을 맡아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 것이다. 결국 이 역을 맡은 가도트 “클레오파트라에 적합한 마케도니아 출신 배우를 찾았으나, 적합한 사람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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