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대만해협 관련 내용이 포함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한국에 공식 항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9일치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 이어 거듭 항의한 모양새지만, 대응 수위와 내용은 전보다 낮아졌다.
중국 외교부 아주사(아시아국)는 28일 새벽 위챗 공식 채널을 통해 “류진쑹 아주사 사장(국장)이 전날 밤 강상욱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와 ‘약속하고 만나’(约见·웨젠) 한·미 공동성명의 중국 관련 잘못된 표현에 대해 엄숙한 교섭을 제기하고 강렬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류 국장은)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강조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실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엄숙한 교섭 제기’는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뜻하며, ‘웨젠’은 중국 외교부가 중국 주재 타국 외교관을 외교부로 부르거나 별도 장소에서 만나 항의 등을 전달하는 것을 뜻하는 외교 용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발표한 한·미 공동성명에서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며 “양 정상은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했다”고 밝혔다.
타국 정상 간 공동성명에 대해 중국 외교부가 해당 국가 외교관을 불러 항의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한·미가 이번 공동성명에 직접 중국을 거론하지 않으며 지나친 자극을 피했듯이 중국도 외교부 국장급 관료가 대사가 아닌 정무공사를 불러 항의하는 선에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가 한·중 관계에서 ‘웨젠’을 통해 항의할 때 부부장(차관)이 대사에게 하는 것이 가장 강도가 높고, 국장급이 공사에게 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남북 문제에 빗댄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 때는 쑨웨이둥 부부장이 정재호 주중 한국 대사를 직접 불러 항의했다.
2021년 5월 한·미 공동성명에 중국 관련 내용이 처음 포함된 뒤 중국의 대응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공동성명 내용을 거칠게 비판했지만 ‘엄중 교섭’을 통한 공식 항의는 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공동성명을 냈을 때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유관 쪽에 엄중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대상과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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