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 체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10일(현지시각) 이 나라 최대 도시 카라치에서 경찰에 맞서 돌을 던지고 있다. 카라치/AFP 연합뉴스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 체포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가 이틀째 계속되자 파키스탄 정부가 군 병력까지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섰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칸 전 총리 지지자들이 촉발한 불안이 “민감한 공공 및 민간 시설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군 병력 투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인구가 가장 많은 동부 펀자브주 그리고 정세가 특히 불안한 파키스탄 북서부에 군 병력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전날인 9일 칸 전 총리가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책임국(NAB) 요원들에게 체포되자, 그의 지지자들이 전국에서 항의 시위에 나섰다. 파키스탄 서부의 라호르에서는 칸 지지자 4천명이 지역 군사령관의 관저를 습격했고, 칸 전 총리가 이송된 이슬라마바드 인근 군사도시 라왈핀디에서는 육군본부가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 10일에도 시위대가 북부 페샤와르의 한 라디오 방송국을 공격하는 등 항의 시위가 계속됐다. 시위대는 라왈핀디 등지의 경찰 시설도 공격했으며 일부 시설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법원이 칸 총리를 8일 동안 구금하도록 명령함으로써 그의 지지자들을 더욱 격분시켰다.
샤리프 총리는 이날 내각 회의 뒤 “이런 장면은 그동안 파키스탄 국민들이 보지 못하던 것”이라며 “심지어 구급차에서 환자들을 끌어낸 뒤 차를 불사르는 일도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며 폭력에 가담한 이들을 본보기 차원에서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샤리프 총리는 칸 총리가 체포된 것은 부패 혐의 때문이라며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군도 강경한 성명을 발표했다. 군은 “(파키스탄이 독립한 지) 75년 동안 이 나라의 영원한 적들도 하지 못하던 일을, 정치적 외피를 두른 집단이 권력욕 때문에 벌이고 있다”며 파키스탄을 내전으로 몰아가려는 이들에게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파키스탄 정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력이다.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정의운동당’의 부대표인 파와드 초드리 전 법무부 장관도 이날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대법원 앞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칸 전 총리와 함께 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온 초드리 전 장관은 자신이 불체포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혐의를 밝히지 않은 채 그를 체포했다.
임란 칸은 2018년 8월 총리에 취임한 이후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70억루피(약 326억원) 상당의 땅을 받은 혐의 등 여러 건의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4월 의회의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쫓겨난 뒤 현 정부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등 반정부 활동을 이끌어왔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