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정부군과 신속지원군은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교부 장관 등의 중재로 20일 일주일 간 휴존에 합의했다. 제다/AFP 연합뉴스.
지난달 15일부터 군벌 간 무력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수단에서 22일부터 ‘국제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는 가운데 일주일 간의 휴전 협정이 시작된다.
<로이터> 통신은 21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사우디 제다에서 20일 열린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이 참석한 회담에서 22일 저녁부터 일주일 간 휴전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 협정은 22일 저녁 9시45분부터 7일 간 이어진다.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휴전 협정이 있었지만, 분쟁의 당사자가 미국 등 중재국을 끼고 문서에 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정에 따르면, 양쪽은 민간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민간인을 폭력과 학대로부터 보호해야 하며 국제인권법을 위반해선 안 된다.
수단 정부군 대변인은 21일 성명을 내고 “이번 휴전을 충실히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속지원군(RSF)도 같은 날 성명에서 수단 정부군과 새로 합의한 단기 휴전을 준수하는 데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인도적 지원을 용이하게 하고 민간인들을 위한 통로를 열어주며 우리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로이터>는 그동안엔 휴전 협정을 맺은 뒤에도 교전이 이어져 수도 하르툼에 긴장과 불안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번엔 국제적 감시 장치를 마련해 실효성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협정을 중재한 미국도 “이전과는 달리 이번 합의는 제다에서 양쪽 당사자들이 직접 서명했으며, 미국과 사우디 그리고 국제지원단이 휴전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휴전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할지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20일 수단 난민들이 배를 타고 나일강을 건너 이집트 남부 아부심벨에 정박하고 있다. 아부심벨/EPA 연합뉴스
지난달 중순부터 한달 이상 이어지는 무력 분쟁으로 수단의 인도주의 위기는 절정에 이른 상태다.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은 하르툼에서 식량·예산·필수품이 바닥 나 충분한 지원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달 15일 수단 분쟁 발생 후 10만명 이상의 수단인들이 이집트로 건너갔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번 분쟁으로 705명이 사망하고 최소 528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교황은 22일 정례 미사에서 “수단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이 계속 심각하다는 건 슬픈 일”이라며 “제발 갈등과 폭력, 전쟁에 익숙해지지 말자”고 당부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