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 동맹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신화 연합뉴스
12년 간 시리아 내전을 초래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국제 무대에 복귀한 것에 이어 올해 말 유엔 기후 총회에 초대받자, 국제인권단체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파이낸셜 타임즈>(FT)에 따르면,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과 휴먼라이츠워치는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올해 말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초청한 유엔(UN)과 개최국 아랍에미리트(UAE)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영국지부 위기대응 책임자 크리스티안 베네딕트는 “아사드 군대가 2017년 이들리브 지역에 화학 무기를 사용하고 살인적인 군사 작전으로 마을과 도시 전체를 초토화시킨 것을 감안할 때, 그가 기후변화 대응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역겨운 농담”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관계자도 시리아의 국제 외교무대 복귀를 비판하며 “한 정부가 이처럼 지속적인 반인도적 범죄를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빠져나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 정상들이 모이는 유엔 기후 총회에 아사드 대통령이 참석하면, 시리아를 제재하고 있는 미국·유럽 등 서방 국가 지도자들과 아사드 대통령이 대면하게 될 것이라며 단체는 우려했다.
앞서, 시리아 대통령실은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아사드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으로부터 올해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초청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2011년 시리아에서 민주화 시위가 발발하자 자국민을 잔혹하게 무력 진압하며 국제 외교무대에서 퇴출됐다. 하지만 올해 2월 튀르키예·시리아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 이후 원조를 위해 국제 사회와 소통하며 다시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2011년 시리아를 퇴출했던 22개 아랍 국가 연합체 ‘아랍 동맹’(AL)이 이달 초 시리아의 재가입을 승인했고,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아랍동맹 정상회의에 참가해 국제 무대에 복귀했다.
아사드 대통령의 국제 외교무대 복귀에 미국과 영국 정부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동안 저지른 인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보낸 성명에서 “기후 정상회의(COP28)에 누구를 초청할지는 개최국 아랍에미리트에 달려 있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신문은 밝혔다. 영국 정부 또한 신문에 “초대는 주최국과 유엔이 결정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유엔 기후 총회(COP28) 주최쪽은 “포용적인 기후변화협약 절차에 전념하고 있다”며 아사드 대통령 초청 이유를 정당화했다고 신문은 비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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