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한 장면. 유튜브 영상 갈무리
1968년 개봉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남녀 주연배우가 촬영 당시 감독의 강압으로 나체 장면을 촬영하게 됐다며 영화 제작사를 상대로 제기한 수천억 원대의 소송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들 배우를 대리한 변호사들은 법원 결정을 비판하며 연방법원에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은 2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앨리슨 매켄지 판사는 줄리엣 역의 올리비아 허시와 로미오 역의 레너드 위팅이 파라마운트 영화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허시와 위팅은 <로미오와 줄리엣> 촬영 당시 영화 속 베드신 장면을 사전 고지 없이 프란코 제페렐리(2019년 사망) 감독의 강요로 촬영하게 됐다며 지난해 12월 말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5억달러(당시 6400억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배우는 당시 각각 15살과 16살로 미성년자였는데, 베드신 촬영 전 감독이 타이즈 등을 착용하고 촬영하겠다고 말했으나 촬영 당일 말을 바꿔 나체로 촬영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제페렐리 감독이 나체로 촬영하지 않으면 “작품이 망할 것”이라며 두 배우를 압박했다고도 주장했다. 두 배우는 2020년 캘리포니아에서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가 한시적으로 사라지면서, 영화 개봉 55년 만에 소송에 나섰다.
반면 제페렐리 감독의 아들은 문제가 된 장면이 포르노와는 거리가 멀며, 영화 촬영 뒤에도 배우와 감독이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해왔다.
매켄지 판사는 “(두 배우 쪽은) 이 영화가 불법이라고 간주할 수 있을 만큼 성적 선정성을 띤다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두 배우가 문제라고 주장한 나체 장면은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의해 보호된다고 판단했다.
1968년 허시와 위팅의 모습. AP 연합뉴스
또 재판부는 이번 소송은 아동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캘리포니아주의 개정법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고, 올해 2월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개봉했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지지 않는다고도 봤다. 앞서 2020년 캘리포니아주는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기존 10년)를 2020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해제해 어린 시절 겪은 성범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바 있다.
두 배우를 대리한 변호사들은 법원의 기각 결정을 강력히 비판하며 연방 법원에 추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영화 산업에서의 미성년자 착취와 성 상품화에 맞서 법적인 해결이 이뤄져야 취약한 개인을 보호하고 법적인 권한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