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쿠바 아바나에 방문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미구엘 디아즈카넬 쿠바 대통령(왼쪽)과 나란히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긴장 완화를 위한 물밑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는 쿠바에서 반미 연대를 재확인했다.
15일 <로이터>,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이란 대통령과 쿠바 대통령이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만나 ‘양키 제국주의’에 맞서겠다는 맹세를 했다고 보도했다. 중미 3국을 방문 중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아바나에 방문해 미구엘 디아즈카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 협력을 지속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디아즈카넬 쿠바 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니카라과·쿠바 그리고 이란은 ‘양키 제국주의’와 그 동맹국들의 제재, 봉쇄, 간섭에 끈질긴 저항으로 용감하게 맞서야 했던 나라들”이라며 “이번 (라이시 대통령의) 방문은 복잡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이란과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강화해줬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도 언론에 “이란과 쿠바는 공동으로 많은 것들을 발굴했다. 우리의 관계는 매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날 관세와 통신, 법률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여러 협약에 서명했다.
앞서, 라이시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자국처럼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는 중미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쿠바 중미 3개국 순방을 시작했다. 하루 전 14일 라이시 대통령이 니카라과에 방문하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은 “이란이 핵 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란 대통령의 중미 3국 순방은 미국과 물밑 핵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조 바이든 정부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과의 국제 핵협정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되살리기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양쪽의 입장 차이로 이 협상은 지난해 8월 이후 중단됐지만, 12월부터 협상이 재개돼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있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에서 장소를 제공하며 중재하고 있는 중동 국가 오만도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아랍 매체 <알모니터>와 14일 단독 인터뷰에서 “양쪽이 어떤 단계와 타임 프레임 안에서 합의를 이행할지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남은 것은 기술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합상 타결의 전제로 한국에 동결된 70억 달러의 이란 자산을 해제해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이란과 긴장 완화를 위해 이란에 수감된 미국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알부사이디 장관은 “수감자 석방 합의도 거의 근접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문서화하지 않은 비공식 합의를 우선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14일 미국은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되살리기 위한 협상이 지난 1년 동안 진전이 없자, 그 전 단계로 비공식적이며 문서화하지 않는 합의를 할 계획이며 합의가 임박했다고 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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