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상징(왼쪽)과 ‘스위스 과일 조합’ 상징. 연합뉴스· ‘스위스 과일 조합’ 누리집 갈무리
베어 문 사과 상징을 쓰는 ‘애플’이 스위스에서 사과 이미지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사과 상징을 쓰는 111년 역사의 ‘스위스 과일 조합’은 애플의 시도에 상징을 바꿔야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아이티(IT)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19일(현지시각) “애플이 수십 개 국가에서 (사과 상징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게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애플의 시도에 사과 상징을 쓰는 단체는 우려하고 있다. 스위스 과일 조합의 상징은 오른쪽에 흰색 십자가가 그려진 빨간 사과다. 빨간 바탕 가운데에 흰색 십자가가 그려진 스위스 국기와 비슷하다.
1911년 설립된 스위스 과일 조합의 역사는 111년이 넘는다. 스위스 과일을 홍보하고 품질 높은 과일을 공급하기 위한 조직이다. 만여 명이 넘는 생산‧가공 분야 회원이 참여한다. 애플은 지난 2017년부터 스위스에서 사과에 관한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스위스 지식재산권 기관(IPI)에 ‘그래니 스미스’라는 사과 품종에 관한 지적재산권 신청서를 냈다. 지난해 스위스 지식재산권 기관은 일반 상품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공공 영역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을 근거로 애플의 신청 중 일부만 받아들였다. 애플은 항소한 상태다.
<와이어드>는 “스위스 과일 조합은 애플 때문에 상징을 변경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조합 이사 지미 마리에토즈는 <와이어드>에 “우리는 사과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이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큰 제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 A&M 대학교 법대 교수이자 제네바 대학교의 연구원인 아이린 칼볼리는 <와이어드>에 “(지식재산권) 시스템이 돈 많은 사람들에게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이 소송의 위협만 줘도 중소기업 등은 겁을 먹고 합법적인 일조차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전에도 전세계를 대상으로 비슷한 소송을 해왔다.
마리에토즈는 <와이어드>에 “애플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며 같은 분야에 진출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덧붙였다. “애플은 사과를 발명하지 않았다. 우리(조합)는 111년 동안 존재해 왔다. 그리고 사과는 그보다 몇천 년 더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고 생각한다.”
※2023년 6월22일 오전 10시30분 기사 내용과 제목을 다음과 같이 바로잡습니다.
“애플이 사과 이미지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스위스 과일 조합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를 “애플이 수십 개 국가에서 (사과 상징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소유하게 해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로 바로잡습니다. 기사 제목도 ‘“사과를 발명한 건 아니잖아”…애플, 과일조합 상대 상표권 소송’을 ‘애플, 사과 상징 독점 요구에…“사과를 발명한 건 아니잖아”’로 수정합니다.
기자의 착오가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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