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라고 표현해 중국이 강하게 반발했다. 발리/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표현하자, 중국이 ‘정치적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이에 따라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잡혀가던 두 나라 관계가 다시 악화할 우려가 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 행사에 참석해 지난 2월에 발생한 ‘중국 정찰 풍선’ 사태를 언급하면서 시 주석을 독재자로 표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태가 벌어졌을 때 시 주석이 매우 당황했다며 “내가 차량 두 대 분량의 첩보 장비가 실린 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진핑이 매우 언짢았던 까닭은 그것이 거기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독재자들로서는 아주 창피한 일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을 때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진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8~19일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중국 외교 1, 2위 인사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중앙외사판공실 주임), 친강 외교부장(장관)을 만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블링컨 장관은 시 주석과 대화를 통한 위험 관리에 합의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이 “대단한 일을 했다”고 평가했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극도로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인 사실과 외교적 예의에 엄중하게 위배되며,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규정한 뒤 이렇게 밝혔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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