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오른쪽 밑에서 두번째)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석달 만에 얼굴을 마주한 중·일 ‘외교 사령탑’이 일본이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오염수 방출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이 계속 이 문제를 ‘외교 카드’로 삼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과 한 회담에서 오염수 방출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회담 뒤 일본 외무성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하야시 외무상은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의 해양 방출에 대해 우리 나라의 입장을 다시 한번 명확히 전”하고 “중국과 과학적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의사소통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야시 외무상이 왕이 위원과 얼굴을 마주한 것은 지난 4월2일 베이징에서 만난 뒤 석달 만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중국 외교부 자료에 담겨 있다. 왕이 위원은 “일본의 오염수 방출은 해양환경의 안전성과 인류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준다”며 “원전 사고로 발생한 핵오염수를 해양 방출하는 것은 전 지구적으로 선례가 없는 일이며 공통적으로 인정된 기준도 없다”고 대꾸했다. 이어 “이 문제는 과학의 문제일 뿐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주변국의 반대에도 방류를 강행하려는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자 하야시 외무상이 “중국이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데 반대한다”고 받아친 것으로 전해진다.
불꽃 튀는 설전으로 끝난 중-일 외교장관 회담과 대조적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용인한 한국과 13일 한 회담은 45분 동안 차분한 분위기에서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왕이 위원은 13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핵오염수 방류는 인류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라며 일본이 “큰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된다”고 거듭 말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처리수’라 부르지만, 중국은 ‘핵오염수’란 표현을 사용한다.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의 오염수 보관 탱크들. 연합뉴스
중국이 다자 외교무대에서 오염수 방출 문제를 거듭 언급하자 일본 언론들은 우려를 쏟아냈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중국이 처리수 문제를 대일 비판을 위한 새로운 카드로 자리매김하며 (일본 정부의 방출)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 역시 “중국이 (아시아 관련 회의에서) 처리수 문제를 꺼내 드는 상황이 때때로 있었다”고 우려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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