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대교 또 ‘통행 중단’…러 “새벽 두 차례 폭발, 3명 사상”

17일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케르치대교)의 모습. 이날 크림 자치공화국 수반은 비상 상황으로 크림대교(케르치대교)의 통행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타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의 공작으로 파괴됐던 러시아 본토와 크림 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케르치대교)에서 17일 새벽 다시 폭발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두명이 숨지고, 다리의 통행이 중단됐다.

17일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수반은 크림대교 동쪽 끝에 위치한 러시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의 통행이 비상 상황으로 인해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크라스노다르로부터 145번째 교각 구역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주민들에게 다리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긴급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비상 본부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다리 위를 지나는 철도는 몇 시간 뒤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비탈리 사벨리에프 러시아 교통부 장관도 텔레그램을 통해 크림대교가 손상돼 통행이 중단됐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 공식 밝혔다.

이 다리는 러시아가 2014년 3월 일방적으로 합병을 선언한 크림 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유일한 다리이다. 베니아민 콘드라티에프 크라스노다르 주지사는 이날 새벽 3시께 다리에서 두 건의 공습이 보고됐으며, 그로 인해 구조물이 손상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 존’도 이날 오전 3시4분과 3시20분에 크림대교에 두 번의 폭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폭발로 다리 위를 차량을 타고 지나던 부부가 숨지고 함께 있던 딸이 부상을 입었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트 주지사는 이날 숨진 이들이 자기 지역 출신이라며 자동차로 크림대교를 이동하던 중 변을 당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 군사 정보국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해 논평을 거부하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이 병력과 자산을 이동시키기 위한 대규모 물류 허브로서 크림 반도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모든 물류 문제는 점령군의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말 전쟁이 터진 뒤 크림대교는 우크라이나 남부를 점령한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왔다. 다리의 길이는19㎞로 차도와 철도가 함께 설치돼 있다. 2018년 개통된 유럽에서 가장 긴 다리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상징하는 구조물로 주목 받아왔다. 지난해 10월8일엔 도로 위에 있던 화물차량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통행이 중단됐다가 올해 2월 최종 복구됐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사보타주(파괴 공작)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최근 이를 시인했다.

김미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