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동안 모습을 감췄던 친강 중국 외교부장(장관)이 25일 전격 해임됐다. 친 부장의 빈자리엔 직전 외교부장이었던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외사판공실 주임)이 깜짝 임명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의를 열어 “친 외교부장을 해임하고 왕 위원을 외교부장에 임명”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친 부장이 해임된 이유는 전하지 않았다. 발표 직후 중국 외교부 누리집의 ‘외교장관 활동’ 난에 올라 있던 친 부장의 지금까지 활동 기록이 삭제됐다.
친 부장이 해임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왕 위원이 새 외교부장에 임명된 것이 더 예상을 뛰어넘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친 부장의 해임은 지난달 25일 이후 그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뒤 어느 정도 예상돼왔다. 후임 외교부장으로 거론된 이는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차관) 등이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국 고위관료들이 잇달아 중국을 방문하는 시기에, 친 부장이 이유 없이 모습을 감추자 건강 이상설, 비리 연루설, 불륜설, 사망설 등 여러 추측이 쏟아졌다. 정확한 낙마의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날 해임으로 그가 불상사에 연루됐음이 사실상 확인됐다.
친 부장이 모습을 감추면서 이달 말로 예정된 영국 외교장관의 베이징 방문이 취소되는 등 중국 외교 일정에도 적잖은 차질이 있었다. 중국 외교부는 그의 신변에 대한 질문에 애초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으나 이후에는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는 식으로 말해왔다.
왕 위원이 다시 외교부장에 임명된 것은 상당한 파격이다. 자신이 불과 일곱 달 전에 물려준 직책을 다시 맡은 것이기 때문이다. 왕 위원은 2013년 외교부장에 임명된 뒤 지난해 12월 말까지 10년간 중국 외교부장을 맡아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된 지난해 10월 정원 24명인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고, 그해 말 중국 외교의 큰 그림을 그리는 외교 담당 중앙정치국 위원이자 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으로 왕 위원은 당·정의 세 직책을 겸임하며 중국 외교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이 이런 파격을 선택한 것은 시 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가 친 부장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생긴 외교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적임자가 왕 위원 외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왕 위원은 시진핑 집권 1~2기(10년) 동안 외교부장을 맡아 시 주석의 외교 정책을 최선두에서 실행해왔다. 그만큼 시 주석의 신뢰가 깊다.
현재 중국은 미국과 사활을 건 체제 경쟁을 벌이고 있고, 그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는 한편 유럽과는 경쟁·협력이 뒤섞인 다면적 관계를 맺고 있고, 중동·동유럽·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과는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지원·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AFP 연합뉴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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