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방갈로르에서 학생들이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지구를 지키자는 표어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방갈로르/EPA 연합뉴스
저소득 국가 아동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납 중독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아동들의 학습 능력을 대폭 향상시켜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 개발 센터’는 30일(현지시각) 아동들의 혈중 납 농도와 학습 능력에 대해 전세계에서 실시한 47개 연구를 종합 분석한 결과, 납 중독이 학습 능력을 떨어뜨리는 데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날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가난한 나라 아동들의 혈중 납 농도(0.1리터당 5.3마이크로그램)를 고소득 국가 수준(0.5마이크로그램)으로 떨어뜨리면, 저소득 국가과 고소득 국가 아동의 학업 격차를 21%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이는 (건강상의 이점을 빼더라도) 아동들의 학습 능력을 개선하는 데 비용 대비 효과가 아주 크다”고 평가했다.
논문 작성을 주도한 리 크로퍼드 연구원은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납 중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으로, 학습과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각국 보건·환경 당국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번 분석 작업은 미국의 연구 17건, 캐나다·이탈리아·한국 등 7개 고소득 국가의 연구 12건, 콜롬비아·파키스탄 등 12개 개도국의 연구 18건을 종합 분석(메타 분석)한 것이다. 혈중 납 농도를 검사받은 아동들의 평균 연령은 4살이었고, 인지 검사를 받은 아동의 평균 연령은 8살이었다.
중금속인 납이 체내에 쌓여 생기는 납 중독은 언어 장애, 두통, 복통, 운동 마비 등 여러가지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납 중독은 납이 함유된 유해 물질에 직접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 등을 통해 걸릴 수 있다.
논문은 “전세계 아동 6억명의 혈중 납 농도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21년 이전 기준치(혈액 0.1리터당 5마이크로그램)를 초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소득 국가 아동의 절반 이상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혈중 납 농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별로는 남아시아(전체 아동의 52%),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39%), 중동과 북아프리카(38%)에서 특히 심각하다. 고소득 국가에서 혈중 납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아동은 2.1% 수준으로 추산된다.
논문은 세계은행과 유네스코의 분석을 인용해 “저소득 국가의 10살 아동 가운데 91%가 간단한 문장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반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10살 아동의 8%만 비슷한 학업 지체 현상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소득 국가 아동의 학습 능력 개선을 위해서도 납 오염에 대한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해 물질 오염 대응을 위한 단체인 ‘퓨어 어스’의 앤드루 맥카터 집행 이사는 “규모 면에서 볼 때 납은 공중 보건에 가장 큰 피해를 끼치는 유해 물질”이라며 전세계 아동 3명 중 1명은 납 중독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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