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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세계가 주목하는 ‘학교 급식’…불평등 해소·농민들에게도 희망

등록 2023-08-08 05:00수정 2023-08-08 09:43

식량 위기 시대의 돌파구로 떠올라
코로나19 극복 위한 ‘학교급식 연합’ 성과
가장 가난한 나라들만 유독 무상급식 후퇴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1년 3월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받고 있는 베냉의 한 중학교 학생들. 우이다/신화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1년 3월 학교에서 급식을 제공받고 있는 베냉의 한 중학교 학생들. 우이다/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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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기후변화로 식량 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학교 급식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가난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을 줄이는 동시에 폭염 등 기후변화로 위기에 처한 농민들에게 지역사회 내에 고정적인 수요처를 제공함으로써 식량 공급 체계의 안정도 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인식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세계가 교육 위기를 맞자, 프랑스와 핀란드 주도로 2021년 10월 국제 조직인 ‘학교 급식 연합’이 출범하면서 빠르게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61개국이 참여해 출범한 이 조직은 채 2년도 안 돼 참여 국가가 85개국으로 늘었다.

이 덕분에 전세계의 학교 급식 상황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이에 따른 학교 운영 중단 여파를 거의 극복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이 올해 상반기에 발표한 ‘2022 세계 학교 급식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176개국에서 학교 급식을 제공받은 학생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20년 초보다 3천만명가량 많은 4억1800만명으로 추산됐다. 다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의 급식 상황만 유독 후퇴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에 대한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급식은 지난달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엔 식량 체계 정상회의’에서도 중요 관심사로 부각됐다.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부총장은 이 회의에서 매일 학생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학생은 물론 전체 사회와 세계의 식량 공급 체계에도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 급식이 “미래 세대 지원을 위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사회 안전망”이라며 “학교 급식은 기후변화에 직면한 농촌 사회에 탄력성을 제공할 잠재력도 아주 크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티나 두아르트 유엔 아프리카 담당 특별고문은 “학교 급식은 공공 지출이 아니라 투자이며 공공 서비스 제공의 입구와 같은 것”이라며 “아프리카의 경우, 청소년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건 결국 그들의 어머니, 가족, 지역사회에 식량을 제공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 교육 불평등 해소 효과 아주 커

교육·식량 정책 전문가들은 학교 급식 강화가 저소득층, 그중에서도 여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성별·계급별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아주 직접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지적한다. 아프리카 말라위의 여고생 마리아 은코마(17)의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은코마는 국제 개발 전문 매체 데벡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급식이 없었으면 학업을 계속하는 건 생각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가뭄 때문에 우리 집의 농사가 잘 안돼 부모님은 항상 충분한 식량을 수확하지 못한다”며 “부모님이 막노동 일거리를 찾으러 나간 사이에 집에 남아 허드렛일을 도맡느라 학교를 빠지곤 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해주기 때문에 가족의 식량 부족을 덜 수 있고, 이 덕분에 자신도 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식량계획의 자료를 보면, 말라위에서 기근이 가장 심각한 지역에 급식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후인 2019년 학생들의 결석률이 5% 정도 줄었다. 특히, 여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15.6%에서 5.2%로 급격하게 낮아졌다. 마다가스카르의 경우, 지난해 세계식량계획이 지원하는 급식 프로그램을 공립학교의 23%까지 확대한 이후 출석률이 한해 전 67%에서 76%로 개선됐다. 세계식량계획의 마다가스카르 담당관 아이나 안드리아날리자하는 “학교 급식은 식비 절감을 통해 학부모들을 직접 지원하는 셈”이라며 학교 급식의 직접적인 효과가 아주 크다고 강조했다.

스리랑카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경제 위기가 심각했던 2022년 12월 학교에서 우유를 배급받고 있다. 딤불라갈라/AP 연합뉴스
스리랑카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경제 위기가 심각했던 2022년 12월 학교에서 우유를 배급받고 있다. 딤불라갈라/AP 연합뉴스

■ 르완다·베냉 등 급식 확대에 적극적

세계식량계획은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최근 학교 급식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로 르완다와 베냉을 꼽았다. 르완다 정부는 2019년 학교 급식을 국가 우선순위의 하나로 선정했고, 2021년에는 초등 교육 기관 전체에 보편적인 급식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2020년 800만달러 규모였던 급식 예산을 지난해에는 9배 이상인 7400만달러까지 늘렸다. 이 덕분에 급식을 제공받는 학생은 2021년 66만명에서 2022년 380만명으로 늘었다. 다만, 무상 급식 혜택을 누리는 학생은 아직 전체 초등학생의 7%에 그친다.

베냉은 2021년 ‘학교 급식 연합’ 참여를 계기로 학교 급식 확대를 중요 국정 과제로 채택했다. 2016년까지 이 나라에서 학교 급식을 제공받는 학생은 전체의 20%였고 정부의 관련 예산도 150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전체 학생의 절반까지 급식 대상을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고 2021년에는 모든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2400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이 나라에서 무상 급식을 제공받은 초등학생은 전체의 38%로, 가난한 나라 중에서는 양호한 편에 속한다.

학교 급식 연합 결성을 주도한 프랑스와 핀란드는 친환경 학교 급식 프로그램 도입에 정책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세계식량계획은 소개했다. 프랑스는 현재 전체 취학 아동 1290만명의 75%에게 매주 한번 이상의 급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급식에 의무적으로 채식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음식 쓰레기 축소를 의무화했으며, 2025년부터는 플라스틱 급식 용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핀란드는 1940년대부터 모든 학생에게 무상 급식을 제공해왔으며, 최근의 급식 정책은 환경친화적인 농업으로 생산된 농산물 우대 등 급식 납품 기준 강화를 통한 급식 질 개선에 맞춰져 있다.

■ 저소득 국가 무상 급식은 후퇴

학교 급식에 대한 인식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지만, 저소득 국가의 무상 급식은 도리어 후퇴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이 세계 163개국의 자료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세계에서 무상 급식 또는 급식비 보조를 받은 초등학생 규모는 2020년보다 7% 늘었지만, 저소득 국가만 유독 4% 감소했다. 저소득 국가의 무상 급식 후퇴는 국제 지원 감소 탓이 가장 크다. 2020년에는 저소득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금이 2억6700만달러였으나, 지난해에는 2억1400만달러로 줄었다고 세계식량계획은 지적했다.

영국 버밍엄의 한 초등학교 식당에서 학생들이 급식을 받고 있다. 버밍엄/AP 연합뉴스
영국 버밍엄의 한 초등학교 식당에서 학생들이 급식을 받고 있다. 버밍엄/AP 연합뉴스

무상 급식은 저소득 국가 사이에서도 나라별 격차가 아주 컸다.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는 모든 초등학생에게 무상 급식 또는 급식비 보조를 제공하고 있으며, 네팔(76%)과 말라위(60%)도 많은 학생이 무상 급식 혜택을 보는 나라로 꼽혔다. 반면에 탄자니아, 콩고민주공화국, 모잠비크 등은 무상 급식 보급률이 5%에도 못 미친다.

국가별 격차는 중간 소득 국가나 고소득 국가 사이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중간 소득 국가 가운데 이란, 알제리,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초등학교 무상 급식률은 1% 미만이지만 볼리비아, 동티모르, 몽골, 파라과이, 브라질 등은 대부분의 학생이 무상 급식 혜택을 누리고 있다. 고소득 국가 가운데는 그리스,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스위스 등의 경우 무상 급식 혜택을 받는 학생이 전체의 15% 미만으로 나타났다.

세계식량계획은 학교 급식 프로그램 덕분에 85개국에서 약 4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며 이는 10만명의 학생에게 급식을 제공할 때마다 1377개 일자리가 생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식량계획은 이런 경제적 파급 효과까지 고려할 때 저소득 국가에 대한 지원 확대가 더욱 시급하다며 국제기구 등에 10억달러 이상의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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