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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주민 거부감’ 부추기는 폴란드 정부 “분산 수용 국민투표”

등록 2023-08-14 12:49수정 2023-08-14 13:04

총리, 10월15일 총선일에 국민투표 계획 발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3일(현지시각) 유럽연합의 이주민 분산 수용 계획을 받아들일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13일(현지시각) 유럽연합의 이주민 분산 수용 계획을 받아들일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폴란드 정부가 13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의 이주민 분산 수용 계획을 받아들일지를 국민투표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선을 두달 앞두고 반 유럽연합, 반 이주민 정서 부추기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총선이 치러지는 10월15일에 유럽연합의 이주민 분산 수용 계획에 따라 “중동과 아프리카의 불법 이주민 수천명”을 받아들일지 결정할 국민투표도 실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이날 올린 동영상에는 서유럽 도시들에서 자동차가 불타는 등 거리 폭력이 벌어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흑인 남성이 큰 칼을 핥는 장면도 등장한다. 이어 여당인 ‘법과 정의당’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대표가 등장해 “유럽연합 관료들이 부과하는 강제 분산 계획에 따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온 불법 이주민 수천명을 받아들이는 걸 지지하십니까?”라고 묻는 장면이 이어진다.

폴란드 정부가 이주민 수용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한 것은 이번 총선에서 이주민 문제를 쟁점으로 삼으려는 전술을 반영한 것이라고 에이피는 지적했다.

극우 색채가 강한 폴란드 정부와 여당은 법치주의, 성소수자 권리 등을 놓고 유럽연합과 잇따라 충돌해왔으며, 최근에는 지중해 연안 국가로 몰려드는 이주민들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분산 수용하는 계획도 반대해왔다. 이 계획은 3년 동안 논의를 거듭하다가 지난 6월 초 회원국 내무장관회의에서 가중다수결 투표로 잠정 합의된 상태다.

신좌파당 소속의 로베르트 비에드론 유럽의회 의원은 유럽연합의 계획 참여는 강제 사항이 아니며 이주민 수용 대신 다른 방식으로 책임을 분담할 수 있다며 국민투표 실시는 무의미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폴란드는 이미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많이 수용한 만큼 다른 이주민 관련 책임을 면제받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폴란드는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우크라이나 피란민 160여만명을 수용했으며 현재도 96만여명이 이 나라에 머물고 있다. 폴란드 집권세력은 대부분 백인인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에게는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과 아프리카계 이주민들에게는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폴란드 여당은 친유럽연합 성향의 주요 야당인 ‘시민 연단’을 직접 겨냥한, 국영 기업 민영화와 은퇴 연령 상향에 관한 국민투표 2건도 총선일에 실시할 계획이다. 시민 연단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집권하는 동안 국영 기업 민영화를 추진하고 은퇴 연령을 높인 바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시민 연단을 이끄는 도날트 투스크 전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우리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표현하는 등 직접 공격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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