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촌에서 30년 동안 쌀을 팔아온 상인 프랜시스 응데게가 자신의 가게에서 쌀 무게를 재고 있다. 나이로비/AP 연합뉴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의 쌀 수출 통제와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 여파로 쌀 생산 차질 우려까지 겹치면서 아프리카에서 쌀 부족과 가격 급등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자국 쌀 수출의 45% 정도를 차지하는 품종(바스타미 품종이 아닌 흰쌀)의 수출을 중단한 여파가 아프리카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케냐의 경우 그동안 값싼 인도산 쌀이 유입되면서 쌀 25㎏ 소매 가격이 14달러(약 1만8700원) 정도를 유지했으나 최근 18달러까지 올랐다. 쌀 도매 업자들은 최근 들어 인도산 쌀을 전혀 공급받지 못하고 있어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촌인 키베라에서 30년 동안 쌀을 팔아온 상인 프랜시스 응데게(50)는 주민들이 자신의 가게에서 계속 쌀을 살 여력이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지역은 하루 생활비 2달러(약 2600원) 이하로 사는 이들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응데게는 “수입 쌀이 계속 들어올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쌀 부족은 쌀 수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 사는 아마도우 칸(52)은 5명의 자녀가 점심과 저녁에는 꼬박꼬박 쌀을 먹고 있는데, 자신이 최근 일자리를 잃으면서 가끔 밥을 거르는 일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까지는 가까스로 견뎌왔는데, 가끔은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네갈 국내산 쌀은 수입산보다 3분의 2는 더 비싸다고 전했다. 이 나라는 그동안 수입 쌀의 70%를 인도에 의존해왔다.
엘니뇨 현상(적도 부근 태평양의 바닷물이 따듯해지는 현상) 때문에 쌀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아시아 국가들도 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쌀 수입국인 필리핀은 지난달 말 태풍 ‘독수리’가 쌀 주산지인 북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올해 전체 쌀 생산량의 22% 정도가 태풍 피해를 봤다. 기후 변화와 함께 강수량도 줄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농업 용수 비상 관리에 나섰다. 인도의 식량 정책 전문가 데빈데르 샤르마는 인도가 지난달 20일 갑자기 쌀 수출 통제에 나선 것도 이상 기후에 따른 쌀 생산 차질 우려 탓이라고 지적했다.
인도가 쌀 수출 통제에 나선 이후 세계 2·3위 쌀 수출국인 타이와 베트남의 쌀 수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미국 농업부 자료를 보면, 타이의 쌀 수출 가격은 지난해 8월 톤당 400달러 수준을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톤당 650달러를 넘어섰다. 베트남의 수출 가격도 톤당 650달러에 근접했다. 이는 인도의 수출 가격(500달러)보다 30%나 높은 수준이다. 미 농업부는 “인도의 쌀 수출 중단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쌀 소비가 내년까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