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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죽음 직전, 옷 벗은 러 우주군 사령관…‘피의 숙청’ 서막

등록 2023-08-24 11:49수정 2023-08-25 07:31

[뉴스 분석] 무장반란 두달 만에 프리고진 항공기 추락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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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무장반란을 일으키고 하루 만에 거둬들인 뒤 행방이 묘연했던 러시아 용병 집단 바그너(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의문의 비행기 추락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죽음의 정확한 원인은 당장 파악하기 힘들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란 두달 만에 본격 숙청 작업에 나선 결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 민간 항공청 등 당국은 23일 프리고진을 포함해 10명이 탑승한 전용기 ‘엠브레어-135’(EBM-135J)가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트르부르크로 비행하던 중 모스크바 북서쪽 160㎞의 트베리 지역에서 추락해 전원이 숨졌다고 확인했다.

■ “러 일부 의원, 항공기 장착된 폭탄으로 추락 가능성 제기”

러시아 항공 당국은 관영 언론에 비행기 추락의 원인을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러시아 의원들은 비행기에 장착된 폭탄으로 추락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아직까지 ‘수사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23일 러시아 당국 관계자들이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가 추락한 트베리 지역에서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23일 러시아 당국 관계자들이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비행기가 추락한 트베리 지역에서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흥미로운 것은 수장을 잃은 바그너 그룹 쪽이 내놓은 반응이다. 친바그너 그룹의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 존’은 러시아 방공망이 프리고진의 전용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이들이 찍어서 이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미사일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는 물체와 날개 하나를 잃고는 하늘에서 추락하는 비행기의 모습이 나온다. 이런 영상 자료를 근거로 ‘그레이 존’은 프리고진이 “러시아에 대한 반역자들의 행동의 결과”로 죽었다고 비난했다.

또하나 흥미로운 것은 사망 시점이다. 프리고진은 그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 군부의 실력자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주항공군 사령관이 해임된 직후 숨졌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22일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담당하는 부사령관을 겸임해 온 수로비킨이 면직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새로운 직책에 임명돼 면직됐고, 현재 짧은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또 후임 우주항공군 사령관은 공군 참모총장인 빅토르 아프잘로프 장군이 맡았다고 덧붙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수로비킨 항공우주군 사령관의 지난 2017년 모습. 서방에선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에 동조한 인물로 수로비킨을 거론해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수로비킨 항공우주군 사령관의 지난 2017년 모습. 서방에선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에 동조한 인물로 수로비킨을 거론해왔다. 로이터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 등에서 ‘아마겟돈 장군’이라는 별명을 얻은 수로비킨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수세에 몰리던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담당하는 사령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지난해 8~9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에 밀려 후퇴했던 동·남부 전선의 방어선을 재구축하며 전열을 정비했다.

당시 프리고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가 큰 희생을 감수했던 동부 전선의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공방전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는 러시아 군 지도부를 맹비난하면서도 수로비킨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내리고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수로비킨은 3개월 만에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에게 전쟁 지휘권을 넘겼다.

수로비킨의 동향이 다시 전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지난 6월23~24일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뒤였다. 수로비킨은 ‘반란군은 기지로 복귀하라’는 내용의 동영상을 발표하며 반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 이후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때문의 수로비킨의 거취가 프리고진의 반란과 관련된 이들의 숙청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로 주목받았다. 결국, 수로비킨이 해임되고 프리고진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으면서 푸틴 대통령의 ‘피의 숙청’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됐다.

■ 프리고진, 사망 이틀 전까지 건재했지만…

돌이켜보면,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이 일어난 뒤 전국에 중계된 연설을 통해 “배신”, “등에 칼을 꽂았다” 등 격한 표현을 쓰며 응징을 시사했다. 하지만,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을 벨라루스로 이동시키는 선에서 사태를 일단 진정시켰다. 미국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적전 분열’을 피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1일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프리카에서 활동할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고 말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 21일 공개한 동영상에서 아프리카에서 활동할 용병을 모집하고 있다고 말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분노’가 완전히 진정된 것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프리고진은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오가는 모습을 공개했고, 푸틴 대통령이 참가하는 회의에 직접 참석한 적도 있다. 숨지기 이틀 전인 21일엔 아프리카에서 찍은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만 ‘사형장으로 가는 사형수’에 불과하다는 평이 끊이지 않았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달 “푸틴은 보복의 사도이다”며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시식 시종을 해고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곧 독살될 수 있으니 몸 조심하라는 뜻이었다.

프리고진의 폭사와 수로비킨의 해임이 푸틴 체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속단하긴 이르다. 일단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및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양축으로 하는 기존의 러시아 군부 체제에 대한 신임을 유지하며 이들이 주도해온 전쟁 노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 군부에서 실력과 명망을 가진 수로비킨의 해임은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러시아군에겐 적지 않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군이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반격 공세를 막아내고 있는 것은 수로비킨이 지난해 병력을 후퇴하고 방어선을 구축하며 전력을 재정비했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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