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왕징의 화웨이 매장에서 고객들이 새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살펴보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지금은 다 팔려서 살 수 없어요. 이달 말까지, 한 20일 정도는 기다려야 해요. 사실 이것도 정확하진 않아요.”
지난 11일 오후 베이징 왕징에 있는 화웨이 매장의 한 점원은 지난달 말 출시된 화웨이의 고성능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의 재고가 없다고 했다. 이날 매장에는 메이트 60 프로를 구경하러 온 고객이 적지 않았지만, 진열된 전시폰만 써 본 채 돌아갔다. 현재 애플 아이폰을 쓰고 있다는 한 30대 여성은 “아이폰을 처음 썼는데, 중국에서는 쓰기 어려운 기능이 많다”며 “다음에는 화웨이 폰을 살까 싶어 구경 왔다”고 말했다.
중국 화웨이의 새 스마트폰 출시를 계기로, 중국에서 미국산 아이폰 대신 국산 제품을 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15’ 공개가 13일 새벽으로 예정된 가운데, 중국의 ‘반아이폰’ 바람이 얼마나 거셀지 주목된다.
아이폰 대신 중국산 스마트폰을 쓰자는 바람은 지난달 말 화웨이가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이 스마트폰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엄격한 반도체 제재를 뚫었다는 사실을 여러 매체가 보도하면서 국산 제품을 사용하자는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공무원 사회에는 과거 내려졌던 ‘아이폰 사용 금지령’이 다시 강조되고 있다. 랴오닝성의 한 공무원은 한겨레에 “최근 내부 회의에서 아이폰을 쓰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사용 여부까지 조사하진 않았지만, 해당 규정이 있다는 것이 회의에서 한차례 언급됐다”고 말했다.
중국 공무원들의 아이폰 금지령이 언제 내려졌는지, 실제 규정이 존재하는지 등은 불분명하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된 2020년 즈음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아이폰의 최대 생산 국가라는 점에서 6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이 문제를 다시 주목할 때까지 한동안 표면화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7년 한국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갈등을 빚을 때도, 눈에 띄지 않게 묵시적으로 한국 문화의 수입을 막는 ‘한한령’을 내린 바 있다.
온라인에서도 ‘화웨이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화웨이 귀환, 아이폰 출하량 1천만대 감소’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이 해시태그를 단 글은 12일 오전까지 총 8700만회 이상 조회되는 등 인기를 얻고 있다.
2018년 12월 중국 베이징의 애플 매장 앞을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한 중국 누리꾼은 웨이보에 “미국의 제재 때문에 화웨이 스마트폰이 곤경을 겪었고, 아이폰이 중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 화웨이가 다시 일어설 때이다”라고 적었다. 당국의 검열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중국 온라인 여론이 실제 민심과 동일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중국 당국과 애국주의자 등 여론 주도층의 대체적인 생각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이 실제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이다. 중국 청년층의 아이폰 선호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일부 젊은 공무원은 퇴근 뒤 아이폰을 쓴다고 한다. 허베이성에 사는 한 주민은 “친척 동생이 30대 경찰인데, 회사에서는 국산 스마트폰을 쓰지만, 퇴근 뒤에는 아이폰을 쓴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20%로 1위였고, 오포(18%), 비보(16%), 아너(16%), 샤오미(12%) 등 중국 폰들이 뒤를 이었다.
서구 분석가들의 예측도 엇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 정부의 아이폰 금지령 등으로 내년 아이폰 판매량이 500만~1천만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의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중국의 아이폰 금지 효과가 너무 부풀려졌다”며 향후 1년간 중국에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4500만대의 아이폰 중 50만대 미만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베이징/글·사진 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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