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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뉴욕시 공식 SNS ‘김밥’ 소개…엄마가 입에 쏙 넣어주던 그 맛

등록 2023-09-15 11:56수정 2023-09-15 15:14

뉴욕시가 지난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한인으로 보이는 초등학생 에이버리가 점심 도시락으로 준비해 온 김밥을 소개하고 있다. 뉴욕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욕시가 지난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한인으로 보이는 초등학생 에이버리가 점심 도시락으로 준비해 온 김밥을 소개하고 있다. 뉴욕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엄마가 (알루미늄) 포일과 김, 밥을 싸줬어요. 이걸로 ‘KimBap’(김밥)이라는 한국 음식을 만들 거예요.”

뉴욕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욕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인으로 보이는 초등학교 3학년 에이버리가 점심 도시락 가방을 열어 준비한 재료들을 꺼냈다. 에이버리는 밥을 담은 도시락 뚜껑을 연 뒤 포일을 펴고 김 포장지를 뜯었다. 그러면서 “‘Kim’은 해조류 김을, ‘Bap’은 밥을 뜻해요”라고 덧붙였다.

이어 “포일 위에 김을 놓고, 김 위에 그냥 밥을 얹어 납작하게 펴고 돌돌 말아요”라고 설명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김밥을 말았다.

에이버리는 ‘왜 김밥을 좋아하냐’는 물음에 “그냥 김과 밥의 조합이 좋은 것 같아요. 정말 맛있어요”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양한 속 재료가 든 김밥은 아니었지만, 한국인이라면 아침 요기로 간단하게 만들어 먹어봤을 법한 김밥이었다.

뉴욕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욕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욕시가 지난 9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이다. 뉴욕시는 이 영상 하단에 “아이들은 친구들의 도시락을 보며 더 많은 세계를 배운다”고 적었다. 이 영상은 인스타그램에서 15일 오전 기준 19만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뉴욕시는 9월 새 학기를 맞아 에이버리뿐만 아니라 도미니카공화국, 인도 등 다양한 민족과 인종의 초등학생들이 점심 도시락을 잇달아 소개했다.

뉴욕시가 지난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한인으로 보이는 초등학생 에이버리가 점심 도시락으로 준비해 온 김밥을 소개하고 있다. 뉴욕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뉴욕시가 지난 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한인으로 보이는 초등학생 에이버리가 점심 도시락으로 준비해 온 김밥을 소개하고 있다. 뉴욕시 인스타그램 갈무리

약 55초짜리 영상에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민자들이 점심시간에 경험한 인종 차별을 털어놓고 에이버리를 응원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한인 출신으로 보이는 누리꾼은 “(어릴 때 점심시간에) 여학생들이 내 김밥을 먹고 싶다고 했던 적이 있다. 딱 8개 있었는데 그래도 기꺼이 한 개씩 나눠줬다. 그런데 한입 먹고 역겹다며 뱉었다”며 “창피했고, 아침부터 도시락을 싸준 엄마에게 미안했다. 그때 이후로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고 했다. 이 영상은 내 안의 어린 소녀를 치유해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어릴 때 학교에 김밥을 싸왔다고 놀림 받고 부끄러워하던 나의 작은 부분을 치유해줬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이민자들의 경험담도 이어졌다. 일본 출신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은 “점심시간에 스시를 먹다가 얼굴이 화끈했다. 그 뒤로 햄치즈샌드위치를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필리핀 출신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은 “토시노(필리핀 전통 음식)와 밥을 싸갔다가 놀림을 받은 초등학교 4학년 때가 생각난다. 다양성 면에서 진전을 이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부모님이 (제3세계의) 에스닉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줬을 때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내 도시락을 쳐다보며 ‘무슨 냄새냐’고 묻던 기억이 난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린 날 안아주며 자신의 문화를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정체성을 당당하게 드러낸 에이버리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1세대 이민자로서 이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난다. 나는 ‘아시아성’을 숨기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엄마가 전날 준비한 놀라운 음식 대신 샌드위치를 싸달라고 애원했다. 이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어떤 음식이든 가져와 먹을 수 있는 세상에 사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 “초등학교 때 다른 애들처럼 땅콩버터 젤리 샌드위치가 아닌 부리또나 타코를 먹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는데 우리는 먼 길을 돌아왔다” 등의 응원이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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