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가 할퀴고 지나간 리비아 북동부 데르나에서 한 구조대원이 전염병 예방을 위해 잔해 더미 위에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홍수가 휩쓸고 지난 지 일주일이 된 리비아 북동부 도시 데르나에서 거처를 잃은 이재민들이 감염 위험과 떠밀려온 지뢰로 인해 도시를 떠나야 하는 위기에 놓이게 됐다.
에이피(AP) 통신은 17일 이번 대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데르나에서 남은 생존자들이 감염병 위험을 감수하며 계속 이곳에 머물지,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피난을 갈지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인구 12만5000여명이 살던 이 도시엔 현재 식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썩기 시작한 주검으로 인해 감염병 위험이 높아진 상태다. 거처를 잃은 이들은 현재 임시 대피소나 친척집·친구집 등으로 이동했지만, 계속 이 도시에서 생활을 이어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비아 당국은 홍수 피해 지역에서 오염된 물로 인해 150여명이 중독됐다고 밝혔다. 이웃도시 벵가지에서 자원봉사를 온 한 의대생은 17일 로이터 통신에 “홍수 이후 전염병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데르나의 한 병원에서 주검 식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 의사는 이날 오전 해안가로 떠내려온 주검을 식별하는 마지막 절차를 진행했다. 주검의 부패가 시작돼 더 이상의 식별 작업이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그는 비비시(BBC)에 “최대한 남은 세부사항을 기록해놓고 가족이 생존해 있을 경우에 대비해 디엔에이(DNA) 표본을 채취했다”고 말했다.
감염병에 이어 주민들을 괴롭히는 것은
대홍수로 인해 도시로 떠내려온 지뢰와 기타 병기들이다. 자신의 이름이 ‘와스피’라고 밝힌 한 남성은 로이터에 “누군가는 우리에게 어서 이 도시를 떠나야 한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우리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다만 먹을 물이 없을 뿐”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주민 하마드 아와드는 거리에 담요를 깐 임시 거처에서 로이터에 “우리 지역을 정리하고 누가 실종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곳에 남아있다”며 “우리에게 인내심을 준 신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데르나에서만 이재민이 약 3만명이라고 밝혔다.
대홍수가 휩쓸고 지나간 리비아 동부 도시 데르나에서 17일 구조대가 잔해작업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16일 데르나에서 최소 1만1300명이 사망했고, 1만10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리비아 적신월사가 14일 밝힌 사망자수와 일치한다. 에리 카네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대변인은 생존자와 주검 수색이 계속되고 있어 정확한 사상자수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구조를 위해 파견된 그리스 대원 19명이 벵가지에서 데르나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4명이 숨졌다. 나머지 부상자 15명 가운데 7명은 위중한 상태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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