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4일 캐나다 밴쿠버 주재 인도 영사관 앞에서 시크교도들이 암살당한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의 사진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캐나다 ‘내셔널포스트’ 누리집 갈무리
캐나다 정부가 자국에서 일어난 시크교도 지도자 암살 사건에 인도 정부가 연루됐다고 밝혀, 양국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의 힌두주의 우파 노선이 대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18일 하원 긴급 연설을 통해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45) 암살 사건에 대해 “지난 몇 주 동안 캐나다 정보 기관들이 (암살 사건과) 인도 정부 요원들과의 잠재적인 연관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추적해 왔다”고 말했다고 캐나다 공영 방송 시비시(CBC) 등이 전했다. 니자르는 지난 6월 18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리의 시크교 사원 밖에서 총격을 당해 숨졌다.
트뤼도 총리는 “외국 정부가 캐나다 시민 살해에 관련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정부는 외교관 신분으로 자국에 주재한 인도 정보기관 고위 요원을 추방했다고도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주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나는 이 문제들을 모디 총리에게 개인적이고 직접적으로 확실하게 제기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니자르 암살 사건과 자국은 관련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인도 외교부는 19일 캐나다 정부 조처에 항의해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암살당한 니자르는 인도 내에서 시크교도가 몰려 사는 펀자브 지역에 ‘할리스탄’이라는 시크교도 독립국을 세우려는 운동의 지도자이며, 인도 정부는 그를 “테러분자”로 규정해왔다. 캐나다에는 약 77만명의 시크교도가 거주해 인도 밖에서는 가장 많은 시크교도가 사는 나라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이 문제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리시 수낵 영국 총리에게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엔 총회가 열리기 전인 18일 밤에 주요7개국(G7)에도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캐나다 관계는 이미 무역협상 중단 등으로 얼어붙고 있다. 메리 응 캐나다 무역장관은 지난 16일 다음달 초로 인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양국 무역협상에 대표단 파견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두 나라의 무역협상은 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서 트뤼도 총리가 모디 총리에게 이 사안을 제기하며 인도 정부를 강력 비판한 뒤 연기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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