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총회와 별도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정상회의’에서 외교 사절단들이 참석해있다. EPA 연합뉴스
유엔(UN) 총회에 참석차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 방문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해 장식된 17색의 조명과 상징물을 보고 “성소수자 색깔이 불편하다”며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2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자국 매체에 “유엔이 성소수자 색깔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뉴욕 유엔 본부에는 유엔 총회와 별도로 ‘지속가능발전목표 정상회의’가 진행됐다. 구테흐스 사무총장 등 국제사회 리더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주제로 연설과 토론을 이어가는 동안, 유엔 본부 벽면에는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상징인 17색 조명이 배경으로 깔렸다. 본부 내 곳곳에 놓인 안내판에는 원형 모양의 17색 상징물이 전시됐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방송에서 “나를 가장 괴롭히는 이슈 중 하나는 유엔 본부에 들어올 때 당신이 성소수자(LGBTQ) 컬러를 본다는 것”이라며 조명과 로고에 불만을 표했다. 또한 그는 “지금 전 세계에 성소수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반문하며 “그들이 얼마나 많은 권리를 갖고 있든,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그만큼의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란 전 세계 국가가 2030년까지 의무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들을 17가지 항목으로 꼽아 2015년부터 추진해오던 것들이다. △빈곤 퇴치 △기아 종식 △깨끗한 물과 위생 △불평등 감소 △기후 행동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양질의 교육 △성평등 증진 등이 주요 항목이다.
1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와 별도로 열린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정상회의’에서 마르셀로 레벨로 드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이슬람 전통을 중시하는 튀르키예 정의개발당(AKP) 대표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평소 반동성애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지난 5월 튀르키예 대선 기간 그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비정상’이라 이름 붙이며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반복했다. 튀르키예 경찰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집회와 행진을 수년간 가혹하게 진압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에 유엔 외교관들은 “그가 혼돈한 것 같다”며 18일 유엔 본부를 장식한 17색 조명과 상징물은 성소수자(LGBTQ) 권리 증진을 뜻하는 무지개색이 아니라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증진을 위한 17색이라고 주장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 대변인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