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7일 베를린에 있는 중국 니오의 전기차를 독일 시민들이 구경하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가 불공정한 국가 보조금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공식적으로 시작하자 중국 정부가 “강한 불만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4일(현지시각) 누리집을 통해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공식 시작했다”며 “중국 전기차가 불법 보조금 혜택을 받는지, 이 보조금이 유럽 전기차 생산자에게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조사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후 20여 일 만에 조사가 공식 시작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중국 상무부는 국경절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누리집에 기자와의 질의응답 형식의 글을 올려 “유럽연합은 주관적인 가정을 기초로 이번 보조금 조사를 시작했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관련 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명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간 경제 갈등이 반도체 분야에서 터졌다면, 유럽연합과 중국의 경제 갈등은 전기차 분야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 국가들이 중시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중국은 유럽산보다 훨씬 싼 전기차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8%대였으나, 2025년에는 15%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이 지난 5월 낸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를 106만대 수출해 처음으로 전기차 수출 100만대 시대를 열었다. 이 가운데 독일 비중이 17.8%로 가장 컸고 이어 영국 16.7% 프랑스 10.9% 스웨덴 5.6% 순이었다. 전체 수출물량의 50% 이상을 유럽으로 보낸 것이다. 중국과 유럽연합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경제무역 고위급 회담을 열었지만, 양쪽 입장은 팽팽한 평행선을 그었다.
유럽연합 가운데도 미·중·일에 이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독일의 위기감이 높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6%에 이르는 등 독일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 역할을 해왔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워낙 강점을 갖다 보니 전기차 전환에 뒤쳐져 있다. 전기차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전세계 자동차 수출 1위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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