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미국에서도 11월22일은 ‘김치의 날’이 될 전망이다. 한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발의한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두고 물밑 합의가 이뤄지면서 연내 채택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미 하원이 예정대로 이 결의안을 채택한다면 김치의 날은 미국이 음식을 기리며 지정한 첫번째 법정기념일이 될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각)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은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가 오는 12월 6일 김치의 날 지정 결의안(HR 280)을 본회의에 올려 채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박물관은 해당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한국계 영 김(캘리포니아주) 의원과 함께 감독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는 등 결의안 채택을 위해 물밑에서 노력해왔다.
김치의 날 지정 결의안은 김 의원이 본회의에서 결의안을 발표하면 별도 표결 없이 채택될 예정이다. 앞서 김치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지정하자는 결의안이 지난해에도 한차례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영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지난 7월2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연방 하원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와 정전의 날 기념 리셉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 의원은 결의안에서 미국 사회에 대한 한인 이주민들의 기여와 미국 사회 내 김치에 대한 높은 인기와 선호도를 언급하는 한편 올해가 한인 미주 이민 120주년이자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앞서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 뉴욕 등 미국의 일부 주에서 김치의 날이 기념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이번 결의안이 통과되면 김치의 날은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법정 기념일이 된다.
미국에는 크게 세가지 기념일이 있다. 연방 공휴일은 개별법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념일로 새해 첫날과 독립기념일(7월4일) 등 연방 정부 기관이 모두 쉬는 날로 총 11개일이 지정되어 있다. 국경일은 관련 법(미국 연방 법 제36편)에 의해 규정된 45개 기념일이다. 반면 법정 기념일이나 기념 주간 등은 법률이 아니라 하원이나 상원에서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만으로도 지정할 수 있다. 전국 경찰의 날(매년 5월 12일∼18일)이 대표적이다. 주 정부는 물론이고 연방 정부 등이 쉬는 공휴일은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지는 않고, 상징적인 의미가 큰 셈이다.
한인이민사박물관은 김치의 날 결의안 채택에 맞춰 오는 12월6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 레이번 빌딩 캐넌코커스룸에서 김치의 날 제정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김치의 날은 대한민국김치협회에서 11월22일로 정한 뒤 2020년 국내에서 법정기념일로 제정됐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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