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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도 관람객도 나체로 작품 감상…작품과 물아일체?

등록 2023-10-31 14:33수정 2023-11-02 14:33

스페인 바르셀로나 한 박물관서 특별 관람회 개최
지난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주 카탈루냐고고학박물관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관람객들이 나체로 참여해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 카탈루냐 나체주의 모임 페이스북
지난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주 카탈루냐고고학박물관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관람객들이 나체로 참여해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 카탈루냐 나체주의 모임 페이스북

인간 나체는 오랜 예술의 대상이다.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둘러싼 논란이 역사적으로 존재했지만, 이제 박물관에서 누드를 감상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그런데 작품과 관객의 이런 통념적인 관계를 뒤집는 시도가 최근 스페인 한 박물관에서 이뤄졌다. 관객이 옷을 입고 누드 작품을 감상하던 기존 방식 대신, 관객도 나체로 작품을 보게 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주에 있는 카탈루냐고고학박물관에서 최근 관람객이 옷을 벗고 전시를 볼 수 있는 특별 관람회를 개최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박물관은 카탈루냐 지역의 나체주의 모임과 협업해 일회성 행사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1972년 이탈리아 리아체에서 발굴된 나체의 그리스 전사 청동상 두 점을 근접 촬영한 대형 사진을 통해 인체의 해부학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의 취지에 걸맞게 특별한 투어를 기획했다는 게 박물관 쪽 설명이다. 이 투어의 가이드 에드워드는 “일반적인 도슨트 투어가 아니라 보다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싶었다”며 “시대를 아울러 전 인류와 우리가 갖는 공통점은 결국 우리의 몸이다. 사진 속 조각상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다른 인체에 둘러싸이면 작품을 온전히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주 카탈루냐고고학박물관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관람객들이 나체로 참여해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통신 영상 갈무리
지난 28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주 카탈루냐고고학박물관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 관람객들이 나체로 참여해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통신 영상 갈무리

박물관은 28일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간 특별 관람회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옷을 입은 일반 관람객은 받지 않았다. 특별 관람회에는 10명 남짓한 소규모 관람객만 나체 상태로 입장해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했다. 도슨트도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옷을 걸치지 않았다. 표 값은 7유로(약 1만원)였다.

나체 상태로 작품을 감상하도록 한 전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물관들은 누드와 관련 있는 작품을 전시할 때 나체 관람회를 주최해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사진작가 로버트 매플토프의 전시나 2012년 오스트리아 빈의 레오폴드박물관에서 열린 남성 누드화 전시회에서도 나체 투어가 진행됐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관람 경험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나체 관람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2011 호주 시드니현대미술관(MCA)에서 열린 스튜어트 링홀트라는 작가의 전시회에서는 나체 상태의 작가가 관람객들을 이끌고 직접 갤러리를 돌며 작품 해설을 진행한 바 있다. 관람객 역시 옷을 모두 벗어야했다. 이 투어에는 성인만 참석할 수 있었다. 당시 전시에 대해 이 박물관은 “작품을 방해 없이 관람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전시 공간 내 불필요한 장식을 모두 없앤 것처럼, 관람객이 걸친 옷도 이런 방해 요소가 될 수 있기에 누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 링홀트도 “기하학적 추상화나 미니멀리즘 작품의 경우 나체 상태로 감상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걸 발견했다”며 “나체 상태일 때 우리는 색감을 보는 게 아니라 경험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현대 미술 박물관인 팔레드도쿄에서도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 닐 벨로우파의 작품을 나체로 관람하는 전시가 열렸다. 당시 이 전시는 프랑스 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전시 기획에 관여했던 한 박물관 관계자는 “옷을 벗는 행위를 통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잠시 내려놓고 작품을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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