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30일 후쿠시마산 수산물 등이 차려진 점심을 먹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총리 관저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9월 일본에 사는 한 80대 여성은 “현재 일본산 수산물이 국외에서 문제가 돼 팔리지 않고 있다, 도와달라”는 판매 권유 전화를 받았다. 가격은 수산물치고 비싼 2만~3만엔(17만~26만원)대였다. 업체는 이름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일단 애매하게 전화를 끊은 여성은 업체가 일방적으로 수산물을 보낼까 봐 우려해 자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뒤 자녀가 어머니 휴대전화에 있는 착신 이력을 보고 전화를 걸었지만 업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뒤 일본산 수산물 판매 권유 전화와 관련된 피해가 일본에서 잇따르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분쟁조정기관인 국민생활센터는 “최근 일부 국가 및 지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강화로 (국외에서 일본산 수산물이 팔리지 않아) 곤란하니 도와달라며 수산물 구매를 권유하는 일이 있다”며 “게 등 수산물 구매가 늘어나는 연말에 이런 문제가 증가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8일 밝혔다.
8일 일본의 소비자분쟁조정기관인 국민생활센터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산 수산물 판매와 관련된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민생활센터 누리집 갈무리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중국 등 일부 국가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면서 판로를 잃고 어려움을 겪는 일본 수산업계 상황을 악용해 원산지를 속여 팔거나 높은 가격에 견줘 낮은 품질의 상품을 보내고는 잠적하는 등 악성 판매 권유 전화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국민생활센터는 올해 들어 ‘처리수’(일본 정부 명칭) 방출과 관련된 내용으로 판매 권유 전화를 했다는 상담이 접수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생활센터는 “‘이전에 구매한 적이 있다’ 등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수산물이 팔리지 않아 곤란하다. 도와달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소비자의 선의나 동정심을 이용한 수법”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처로 직격탄을 맞은 가리비 주요 산지인 홋카이도를 도와달라는 수법 도 등장했다.
지난 8월 한 50대 남성은 ‘홋카이도 지원을 위해 수산물을 구매해달라’는 판매 권유 전화를 받고 2만엔(17만원)어치 홋카이도산 수산물을 샀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수산물은 2만엔짜리라고 보기에는 부실했다. 반품을 요청하기 위해 업체에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업체와는 연락이 끊겼다.
이에 홋카이도 경찰 본부는 전화 권유 판매 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홋카이도 경찰 본부는 특정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삿포로의 한 업체 임원 등을 체포했다. 이들은 홋카이도 수산업자라며 전화를 걸어 홋카이도산 수산물이라고 속이고 국외 수산물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부지에 보관 중인 오염수 탱크의 모습. 에이피(AP) 통신 연합뉴스
앞서 중국 정부는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8월24일부터 모든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처로 일본 수산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일본 수산백서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일본의 전체 수산물 수출액 3873억엔(약 3조4943억원) 가운데 2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리비 수출액은 911억엔(약 8219억원·23.5%)으로 일본의 전체 수산물 수출액 가운데 1위였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