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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키신저 사망에…바이든 “종종 의견 불일치”-시진핑 “좋은 친구”

등록 2023-12-01 16:57수정 2023-12-01 17:05

키신저 사망에 조전 보낸 미-중 정상, 내용은 딴판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향년 100세로 29일(현지시각) 코네티컷주의 자택에서 타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향년 100세로 29일(현지시각) 코네티컷주의 자택에서 타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리는 종종 강하게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이자, 좋은 친구였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사망하자, 미국과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각각 조전을 냈다. 두 사람의 조전엔 똑같이 미-중 관계의 해빙을 이끈 미국 외교 거목의 죽음을 애도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뉘앙스는 상당히 달랐다.

시 주석은 키신저를 “오랜 친구이자, 좋은 친구”였다고 부르며 “중국인들은 그를 영원히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극찬은 이어졌다. 시 주석은 “키신저는 중-미 관계의 발전을 촉진하고 양국 국민의 우의를 증진하는 것을 필생의 업으로 삼았다”며 “반세기 전 탁월한 전략적 안목으로 중-미 관계 정상화에 역사적 공헌을 해, 양국을 행복하게 하고 세계를 변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키신저의 이름은 중-미 관계와 영원히 연결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함께 중-미 인민의 우호 사업을 계승하고, 중-미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신저의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했지만, 그의 업적에는 ‘냉담한 거리’를 뒀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신저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그의 치열한 지성과 심오한 전략적 초점이 분명했다”면서도 “우리의 경력에서, 종종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종종 강하게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키신저의 외교적 유산에 대한 미-중 정상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것은 현재 두 나라가 직면해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냉전이 한창이던 1969~1977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으로 활동한 키신저의 적극적인 ‘추천’과 ‘초대’로 세계 무대에 진입했다. 중국은 이때 이뤄진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세계 자본주의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미국 역시 미-중의 화해를 통해 소련을 고립시키는데 성공하며 1991년 ‘냉전 승리’라는 큰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키신저는 중국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판단해 ‘중국의 부상’이라는 위협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키신저의 외교적 유산 아래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중국에 대한 ‘관여 정책’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성장한 중국은 2010년대에 접어들며 미국이 만든 국제 질서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보다, 자신만의 ‘중국몽’을 꿈꾸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이 전후 70여년 동안 지켜온 현상질서에 대한 변경을 시도한다. 또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며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패권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안겨줬다. 결국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첫해인 2017년 그동안 유지해왔던 관여 정책을 접고 중국을 ‘도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 뒤를 이어받은 바이든 대통령 역시 현재 인류가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와 중국이 대표하는 권위주의 사이의 ‘변곡점’에 있다는 시각을 거듭 강조하며 중국의 도전을 꺾으려는 ‘포위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을 세계 무대로 불러낸 40여 년 전 키신저의 전략적 판단에 대해, 자신은 동의하지 않았으며 그와 충돌했음을 언급한 것이다.

키신저는 은퇴 뒤에도 100여 차례 중국 왕래하며 최근까지도 미-중 간 대화를 촉구했다. 중국은 그가 올 때마다 ‘특별 손님’으로 환대하며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창구로 활용했다. 키신저는 100살 생일을 맞아 지난 7월 베이징을 방문했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시 주석과 단독 면담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52년 전 마오쩌둥 주석, 저우언라이 총리, 닉슨 대통령, 그리고 당신은 탁월한 전략적 안목으로 중-미 협력이라는 정확한 선택을 했다”며 “중-미 관계 정상화 과정을 열어 양국을 행복하게 했고 세계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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