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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영토 포기-나토 가입’ 조건 평화협상 나섰나

등록 2023-12-05 14:51수정 2023-12-05 19:43

백악관 “우크라 지원 안하면 패배” 호소에
공화당 “트럼프 시절 이민정책 부활부터” 요구
4일(현지시각) 폴란드 브제즈노의 한 교차로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을 건너기 위해 트럭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브제즈노/로이터 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폴란드 브제즈노의 한 교차로에서 우크라이나 국경을 건너기 위해 트럭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브제즈노/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면서, 우크라이나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반격 공세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과 비밀리에 평화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백악관은 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돈과 무기가 떨어졌다며, 추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승리할 것이라고 의회에 호소했다. 샬랜다 영 미국 백악관 관리예산국장은 이날 의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우리는 돈과 시간이 바닥났다”며 “미국 무기와 장비의 흐름을 끊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얻었던 성과를 위기에 빠지게 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군사적 승리 가능성을 키운다”며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슬개골을 파괴할 것이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는 내년의 문제가 아니다”며 “러시아 침략에 맞서 싸우는 민주적인 우크라이나를 돕는 시점은 당장 지금이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안 통과를 호소했다.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도 이날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지지 하지않는 모든 의회 구성원은 푸틴이 쉽게 승리할 수 있게 표를 던지는 이들이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월 610억달러(80조원) 상당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포함된 1060억달러 국가안보지원안을 요청했으나, 공화당은 국경통제 및 이민제한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거듭 반대표를 던졌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날 엑스(트위터)에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국가안보 보강 통합안은 우리 자신의 국경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적었다. 그는 최근 며칠 동안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통과시킨 트럼프 행정부 때의 엄격한 이민정책을 부활하는 법안을 상원에서 처리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왔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3일 시엔엔(CNN)과의 회견에서 “우리가 우리 국경을 안전하게 할 때까지 어떠한 원조안에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우리 자신을 도울 때까지 나는 우크라이나를 돕지않는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이민 허가 결정이 나기 전까지 이민 희망자를 국외에서 수용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민주당 쪽과의 타협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려고 편성한 500억유로(71조원)의 경제지원안 및 200억유로(28조원)의 군사지원안도 통과될 지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하는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자국에 대한 유럽연합의 지원 동결을 해제하지 않으면 유럽연합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거부하겠다고 하고 있다. 좌파 사회민주당의 로베르토 피초 총리 슬로바키아 정부도 지난달 초 전임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안을 폐기했고, 지난달 네덜란드 총선에서 1당으로 오른 극우 자유당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독일도 최근 자국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방의 지원과 관심이 줄어들면서 전쟁의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아우디우카에서 북쪽으로 약 220㎞ 떨어진 전선의 한 포병부대의 병사에 하루 20발의 포탄만이 할당돼, 현실적으로 2개의 목표물만을 타격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여름 반격 공세를 시작할 때에 비해 포탄양이 20%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가 반격 공세를 집중하는 남부전선 헤르손의 드니프로강 동안에서는 우크라이나 부대들이 러시아군에 비해 병력과 무기에서 열세를 보이며, 일부나마 회복했던 영토를 지키기에 급급하며 희생이 커지고 있다고 비비시(BBC)는 4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는 대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탐사 보도 언론인 시모어 허시는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 관리들 말을 인용해 주장했다. 허시는 지난해 9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 폭파 사건이 미국의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폭로 보도를 했던 언론인이다.

허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2014년에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와 함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4개 주의 러시아 점령지를 인정하는 대신에, 러시아는 우크라니아 나토 가입을 인정하는 내용의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 나토 병력이 주둔하지 않고, 방어무기만이 배치한다는 조건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허시는 한 미국 관리 말을 인용해 “이번 협상은 잘루즈니가 신중하게 조율한다”며 “메시지는 ’전쟁은 끝나고, 우리는 빠진다. 전쟁을 계속하면, 우크라이나의 차세대가 멸종된다’는 것이다”고 전했다. 잘루즈니 사령관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뒤 우크라이나군의 항전을 지휘해 우크라이나 내에서 국민적 인기가 높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경쟁자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허시는 바이든 행정부는 이 협상에 완강히 반대하나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는 군사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미국과 상관없이 계속된다”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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