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든 꽃병을 3.99달러에 샀다가 10만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된 제시카 빈센트. 제시카 빈센트 제공·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미국의 40대 여성이 중고품 매장에서 유리 꽃병을 3.99달러(약 5180원)에 샀다가 이를 경매에서 10만7100달러(약 1억3905만원)에 다시 팔았다. 잘 모르고 산 제품이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가의 작품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18일 미국 뉴욕타임스, 시엔엔(CNN) 보도와 라이트 경매소 누리집을 보면, 43살 제시카 빈센트는 지난 6월 버지니아주 하노버 카운티의 한 중고품 매장(Goodwill thrift)을 갔다가 버건디와 민트 색의 줄 무늬가 소용돌이를 치듯 겉을 휘감은 유리 꽃병에 눈길이 갔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중고매장과 벼룩시장을 자주 다녔다는 그는 현재도 해당 매장을 일주일에 두세번 간다고 한다.
그는 꽃병 바닥에서 유리제품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네치아 ‘무라노’를 상징하는 알파벳 ‘엠(M)’을 발견했다. 빈센트는 뉴욕타임스에 “1000달러나 2000달러짜리(약 130만~260만원) 작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꽃병에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아서 그는 가격이 8.99달러(약 1만1700원) 밑이면 산다고 생각하고 점원에게 가격을 확인했는데 3.99달러에 불과해 바로 샀다고 한다.
지난 13일(현지시각) 경매에서 10만7100달러에 낙찰된 카롤로 스파르카의 유리 꽃병. 라이트 경매소 누리집 갈무리
꽃병에 대해 더 알고 싶었던 그는 유리제품 페이스북에 그룹에 가입해 사진을 올렸고, 꽃병이 이탈리아 건축가 카를로 스카르파의 작품 같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룹 회원들은 그에게 라이트 경매소를 소개했다.
전문가들 판정 결과 꽃병은 유리제품과 가구도 제작한 스카르파가 1942년에 디자인한 ‘페넬라테’ 시리즈 중 하나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매에 부쳐졌고 지난 13일(현지시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유럽의 개인 수집가에게 10만7100달러에 팔렸다. 애초 경매 낙찰 예상가는 3만~5만달러(약 3900만~6500만원)였다. 경매 수수료를 제외하고 8만3500달러(약1억834만원)가 빈센트에게 돌아갔다.
라이트 경매소의 대표인 리처드 라이트는 꽃병 보존 상태가 좋았다며 “작은 흠이라도 있었으면 1만 달러(약 1297만원) 밑으로 낙찰됐을 것이다. 이건 복권 당첨과 같다”고 했다.
빈센트는 꽃병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꽃병이 넘어져 깨지거나 도둑을 맞거나, 화재로 녹아내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긴장을 했다고 한다. 그는 꽃병을 판 돈으로 파트너와 얼마 전 사들인 농장을 보수하는데 쓸 예정이라고 밝히면서도 “솔직히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중고품 매장에 다시 갈 계획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 오늘도 갈 예정이다”고 답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