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해 중국에 가장 많은 원유를 수출한 국가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구의 혹독한 경제 제재를 받게 된 러시아에게 중국이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뒷문을 열어준 셈이다.
로이터 통신은 20일 러시아가 2023년 중국에 전년보다 24.1% 늘어난 1억702만t의 원유를 수출해 이 나라의 가장 큰 원유 수입국이 됐다고 전했다. 중국의 지난해 전체 원유 수입량(5억6399만t) 가운데 러시아의 비율은 19.0%였다.
기존 최대 수출국이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8596만t을 수출해 2위로 내려 앉았고, 이라크가 5926만t으로 3위를 기록했다. 사우디의 수출량은 전년보다 1.75% 줄었고 이라크는 6.8% 늘었다. 미-중 전략 경쟁에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늘면서 미국의 지난해 대중 석유 수출은 전년보다 81.1%나 증가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가했다. 특히 러시아산 원유의 자국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2022년 12월부터는 ‘가격 상한제’를 시행해 러시아가 경제의 대들보인 원유 수출로 얻는 수입을 줄이려 했다. 중국 정유사들은 러시아산 원유의 선적과 보험을 위해 중개업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러시아에 뒷문을 열어준 것은 중국 뿐이 아니었다. ‘글로벌 사우스’의 중심국이자 세계 3위 원유 수입국인 인도의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인디아타임스는 지난해 러시아산 원유의 일평균 수입량이 166만배럴로, 2022년(65만배럴)과 비교해 2.6배 늘었다고 전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지난해 말 “주요 파트너인 중국과 인도의 (전체 원유 수출 가운데) 점유율이 각각 45~50%까지 늘어났다”며 “과거엔 인도에 대한 (원유) 공급이 사실상 전무했지만 2년 만에 비중이 40%로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40~50%에 달하던 유럽의 비중은 현재 4~5%대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