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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중 ‘안하무인 관료’ 파면, 영 ‘양심불량 대기업’ 폭로

등록 2009-10-15 14:01수정 2009-10-15 14:12

세상을 바꾸는 누리꾼의 힘

중, 둔황국 안내원 폭행·욕설한 단장 부부 찾아내

지난 6일 낮 중국 북서부 간쑤성 둔황의 세계적 유적지인 막고굴(모가오쿠). 50대의 한 중년 여성이 신기하다는 듯 벽화를 만지작거렸다. 1천여년 전 서하시대의 벽화이니 조심해달라고 안내원이 당부한 뒤였다.

안내원이 “만지지 말라”고 하자 이 여성은 수십명의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너 방금 뭐라고 했냐”고 고함을 치며 안내원의 뺨을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여성의 남편은 신고를 받고 온 경찰들에게 “괜히 헛수고하지 마라, 우리는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다. 괜히 일 벌리지 말라“며 큰소리를 쳤다. 경찰이 사과를 요구하자 중년 여성은 안내원에게 내키지 않는다는 듯 “미안하다”는 한마디를 던진 뒤 사라졌다.

7일 오후 보다못한 막고굴 안내원들이 현장 사진과 함께 이 내용을 ‘사상 최고로 막강한 단장부인 막고굴 추문’이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분노한 네티즌들의 ‘인육수색‘(인터넷 검색을 통해 인적사항을 찾아내 폭로)이 시작됐다. 네티즌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가며 검색을 한 끝에 가해자인 여성이 신장생산건설병단(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비와 개발을 담당하는 준군사조직) 221병단 소속 병원의 당서기인 위푸친이며, 그의 남편은 221병단 부단장 천웨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이 공무용 차를 타고 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면서 유물에 손을 대고 폭력을 행사했다며 권력층의 안하무인 행태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12일 신장병단은 위푸친과 천웨이 부부의 직위를 모두 박탈하는 면직 처벌을 내리고 이 사실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베이징청년보>가 14일 전했다. 신장병단 홍보책임자는 “네티즌들의 정서를 고려해 신속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중국 사회에서 권력과 부정부패의 감시자로 나선 인터넷 여론의 힘을 또 한번 증명했다. 네티즌들에 의해 호화 생활이 폭로된 난징시의 부동산 관리국장 저우주겅이 최근 부동산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으며, 지난 6월엔 성폭행하려던 당 간부를 칼로 찔러 살해한 호텔 발마사지사 석방을 네티즌들이 요구해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영, 폐기물 버리고 보도금지 요청한 기업 밝혀내

지난 12일 저녁 8시반, 영국 <가디언>의 홈페이지에 ‘이상한’ 기사가 떴다.

“보도금지 명령을 받은 <가디언>은 하원에서 질문을 한 어떤 의원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고, 어떤 질문인지 밝힐 수 없고, 어떤 장관이 대답할지 밝힐 수 없고, 어디에서 이 질문내용을 볼 수 있는지 밝힐 수 없다. <가디언>은 또 독자들에게 왜 보도를 할 수 없는지 밝힐 수 없다. 오직 밝힐 수 있는 건 이 사건이 런던의 법률회사 카터럭의 고객- 이 또한 밝힐 수 없다- 과 관련됐다는 것 뿐이다.”

밤 9시10분, 영국의 블로그와 ‘트위터’는 도대체 이 금지명령의 ‘뒤’가 누구인지 묻는 글로 들끓는다. <가디언>의 편집국장 앨런 러스브리지는 “(18세기 영국에서 의회보도의 자유를 이끌어낸) 존 윌크스의 삶은 헛된 것인가?”라는 글로 합류했고, 배우 스티븐 프라이도 트위터에 분노를 쏟아냈다.

밤 9시 30분, 집에서 바나나케이크를 굽고 있던 인권활동가 리처드 윌슨은 트위터에 전해진 소식을 접하고 의회 기록의 검색에 나서 <가디언>이 밝힐 수 없었던 의원 이름과 질문 내용까지 찾아 링크를 걸었다. 또 한명의 사용자도 거의 같은 시간 의원의 질문을 찾아냈다.

13일 아침, 트위터엔 ‘카터럭’과 함께 ‘트라피규라’‘독성 폐기물’이란 단어가 최고 인기어로 떠올랐다. 카터럭 앞 시위계획까지 논의됐다. 같은 시간에도 <파이낸셜 타임스>의 블로그 기사는 “내가 밝힐 수 없는 검색어에, 내가 밝힐 수 없는 링크 주소에 그 내용들이 다 있다”라고 쓸 수밖에 없었다.

13일 낮, 카터럭은 법원에 보도금지 요청을 철회했고 <가디언>은 하루 늦게 의회 취재내용을 보도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석유·에너지 다국적 기업 트라피규라가 아프리카의 아이보리코스트에 독성 폐기물을 버린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를 고발한 내부고발자와 이를 보도하려는 작은 지역매체에 보도금지명령이 내려진 데 대해 폴 페럴리 의원이 법무장관에게 대책을 물은 것이었다. <가디언>은 “블로거와 트위터 사용자들은 이날 인터넷 힘의 역사적 승리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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