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대통령궁 주둔 시작
아이티의 치안유지와 구호활동 지원을 위한 미국과 유엔의 파병이 강화됐다.
블랙호크 헬리콥터에 나눠탄 미군 100여명은 19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통령궁에 주둔을 시작했다. 미군 약 1만2000명이 아이티에 배치됐으며, 해군 2000여명이 추가로 작전에 참여할 예정이다. 미군은 아이티 남부도시 자크멜과 도미니카공화국 2곳에 활주로를 새로 만들어, 포르토프랭스 공항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구호물자 수송을 해결할 계획이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20일 파괴된 항구 복구용 군함과 의료 군함을 추가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과거 아이티를 지배했던 미국의 군인들이 대통령궁에까지 주둔한 것을 일부는 “점령”이라고 비난했으나, 무기력한 아이티 주민들은 정부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치안과 구호활동을 위해 대부분 환영하고 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엔도 19일 안전보장이사회를 열고, 군인 2000명과 경찰 1500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로써 유엔 안정화지원단은 모두 1만2000여명으로 증강됐다. 유엔은 이날 미국 1억1440만달러, 캐나다 5360만달러 등 각국이 약속한 지원금이 12억달러가 넘는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9일치 <워싱턴 포스트> 기고에서 “아이티의 역경은 국제사회의 좀더 폭넓은 책임감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아이티의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25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아이티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 예정이다.
아이티 당국은 이날 현재 7만5000여명이 매장됐으며, 사망자는 10만~2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1700명의 국제구호대는 20일까지 모두 121명을 구조했다. 이날도 60대 노인과 20대 여성이 지진 발생 1주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됐다. 한편, 19일 새벽 아르헨티나와 칠레에서 각각 규모 4.6과 5.1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두 지역 모두 별다른 피해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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